나는 그런 게 좋았다
사과를 잘라먹고 나온 씨앗을 심었더니 싹이 났다.
사과씨의 떡잎은 반질하니 예뻤다.
그게 뭐라고 자라는 걸 구경하는 게 좋았다.
바람이 부는 창가에서 새어드는 찬 공기가
코끝에 시리게 맺히는 것이 좋았다.
유리 앞에 붙어 앉아 숨을 내쉬면
허옇게 맺히는 겨울이 좋았다.
던져 넣는 나무토막이 숯 위에서 불씨를 튀기고
벌겋게 달아올라 노란 일렁임으로 사라진다.
한 걸음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던 그 불길이 좋았다.
기억들이 눈앞을 떠다니는 밤 열두 시.
당신들이 웃는 소리가 귓전에 울리고
까만 공기 속으로 내가 침잠하는
오롯한 시간에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아
다 표현하지도 못한 나의 사랑을
아쉽게 곱씹는
하루의 끝이 좋았다.
나는 그런 것들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