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는 두 세대로 나눌 수 있다. 1세대는 여기 시골에 오기 전부터 함께 살던 고양이들이고, 2세대는 시골에 와서 돌보게 된 고양이들이다. 1세대가 구세대, 2세대가 신세대인 셈이다.
1세대 고양이 이름은 ‘희’자 돌림이다. 희자가 돌림자가 된 이유는 전적으로 고양이 ‘옥희’ 때문이다. 옥희라는 이름은 우리 부부가 지은 게 아니라, 옥희를 원래 키우던 지인이 지었다. 눈이 옥빛이라고 하여 옥희라고 불렀다 했다. 우리 부부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그 뒤로 우리에게 온 고양이 이름을 희자 돌림으로 짓게 되었다. ‘룩희’, ‘믹희’, ‘라희’, ‘달희’, ‘순희’, ‘복희’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참으로 단순하고 게으른 작명이지만, 우리 부부에겐 정감이 느껴진다. 나름 몇몇 이름에 의미를 두자면 룩희는 ‘럭키(Lucky)’와 믹희는 ‘미키마우스’와 소리가 비슷해서 지은 이름이다. 복희는 복(福)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 이처럼 의미가 있든 없든, 우리는 고양이마다 나름의 이유를 붙여 이름을 지어왔다.
2세대 고양이 이름은 더 단순하다. 이름 두 글자를 생각해 내기 귀찮아, ‘쭈쭈’, ‘둥둥’, ‘치치’, ‘토토’, ‘삐삐’처럼, 한 글자를 두 번 사용하여 이름을 지었다. 쭈쭈는 ‘우쭈쭈’에서, 둥둥은 ‘어화둥둥’에서 의성어를 따서 지었고, 치치는 치타에서, 삐삐는 ‘말괄량이 삐삐’에서, 토토는 ‘이웃의 토토로’에서 각각 그 글자를 따왔다.
우리는 비단 고양이뿐만 아니라 온갖 대상에 이름을 붙인다. AI가 됐건 인형이 됐건 사물이 됐건, 우리가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대상은 나와 동반자가 되어, 우리 기억에 더욱 명료하게 새겨진다.
우리 부부는 암묵적으로 안다. 우리가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우리 고양이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함께 살기로 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버려졌거나, 돌봄이 필요했거나, 누군가가 맡겨두고 간 경우가 많았다. 일생을 함께할지 말지 불명확한 상태가 있었다. 그 임시 보호의 시기에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너와 인연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였다. ‘너는 이제 우리 가족이란다.’ ‘평생을 함께하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하나의 약속이자 책임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가 아직 이름을 부르길 꺼리는 고양이도 있다. 종종 우리 집 앞 마당에 와 밥을 먹고 툇마루에서 졸다 가는 검은 점박이 고양이다. 우리는 이 고양이를 그냥 두루뭉술하게 ‘얼굴이 큰 애’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