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스코트, 마당 고양이 오 남매

by 김주영

시골집 마당은 꽤 넓다.

ㄱ자 모양으로 본채와 별채가 있고, 앞마당은 자갈을 깔아 넓고 평평하다. 뒤뜰은 나무와 잡풀이 우거져 거의 원시림 같다.


시골에 오기 전에도 그랬듯, 길고양이를 위해 뒤뜰에서 사료를 줬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고양이들이 뒤뜰에 와서 사료를 먹고 갔다. 얼굴을 자주 보이는 아이도 있었고, 간혹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서로 교대로 왔다 갔다 하며 사료 그릇을 비웠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아침마다 사료 그릇을 채우던 어느 날이었다.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던 봄이었다. 그날도 사료를 주러 뒤뜰로 나갔다. 어디선가 고양이들이 삐악삐악 울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길고양이를 위해 두었던 종이 상자 안에 이제 막 태어난 고양이 다섯이 서로 꼭 붙어 있었다. 마치 모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들 같았다. 눈도 아직 안 떠진 상태였다. 만지면 사라질 것처럼 작았다. 그런데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내를 불렀다. 아내는 상자 앞에 앉아 아이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눈곱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눈에 진물이 흐르는 아이들도 보였다.


주위에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어미가 키울 자신이 없자, 우리 부부에게 맡긴 듯했다. 당장 아이들을 보살피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터였다. 아내가 툇마루 옆에 철제 울타리를 만들어 아기들을 그곳으로 옮겼다.


아내는 아침저녁으로 아기들에게 고양이용 분유를 먹였고, 눈에 흐르는 진물도 정성껏 닦아주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지극정성으로 돌보자, 작은 몸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걸을 수 있게 될 무렵 울타리에서 집 마당으로 풀어줬다.


아이들은 생명을 만끽하듯 마당을 가로질러 달리고, 나비를 쫓고, 화단을 파헤치며 서로 뒤엉켜 뒹굴었다. 우리 부부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생명의 약동을 실감했다. 그 순간 직감했다. 이 다섯 남매가 우리의 가족이 되리라는 걸. 우리는 다섯 남매의 이름을 지었다. 치치, 토토, 삐삐, 쮸쮸, 둥둥.

이렇게 아이들은 마당 고양이가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 별채도 내줬다. 마당에서 뛰놀고 별채에서 밥을 먹었다. 해가 지면 별채에서 잠들었다가 해가 뜨면 마당으로 나갔다. 슬슬 바깥세상이 궁금한지 집 바깥으로 나가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꼬맹이들은 한껏 자유로웠다.


그해 겨울이 오기 전, 오 남매 중 셋은 한쪽 눈을 잃었다. 눈에 흐르던 진물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면 자칫 뇌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눈 적출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오 남매 중 셋은 눈 하나로 살아간다. 그러나 다른 형제 못지않게 여전히 활기차다.


이렇게 마당 고양이 오 남매가 우리 식구가 되었다. 말이 좋아 마당 고양이지, 집 안도 들락거리고 마을도 돌아다니니, 집고양이와 길고양이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존재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부부가 돌보는 고양이는 열둘이 되었다. 고양이 사료와 모래, 간식도 배로 들어갔다.


마당 고양이로 인해 앞서 우리와 살던 일곱 고양이에게 변화가 생겼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4년 동안 집에서만 지냈던 고양이들이 바깥을 탐하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자, 자기들도 나가고 싶었으리라. 꽃과 풀의 내음, 햇살의 따스함, 비와 눈의 감촉을 저 아이들처럼 만끽하길 원했으리라.


이 작은 다섯 생명이, 우리와 오래 살던 고양이들까지 흔들어 놓았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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