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희는 검은 고양이다. 노란 눈자위를 빼곤 다 까맣다. 달이 없는 밤이면, 발치에 잠든 달희의 형체를 분간하기 어렵다. 손을 더듬거리며 달희의 출렁이는 뱃살이 만져지면 그제야 달희의 존재를 인지한다.
달희는 아기였을 때 아내가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왔다. 당시 달희는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아내가 정성껏 돌봐 지금껏 잘 살고 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몇 년 전 달희가 구내염이 심해져 이 일부를 뽑아야 했다. 이를 뽑았다고 구내염이 완치되는 건 아니고, 더 악화하는 걸 막는 조치였다. 그래서 달희는 음식을 씹을 때 불편해한다. 입에 침을 달고 다닌다. 평생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먹어야 한다. 우리의 돌봄도 평생 이어질 것이다.
다행히 달희는 구내염에도 굴하지 않고, 먹는 데 열심이다. 급기야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욕심을 낸다. 싱크대에 빵을 놓고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주방으로 돌아와 보면, 바닥에 뜯긴 빵 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달희의 짓이다. 회를 포장해 와 집에서 먹을 때도, 달희는 식탐을 부린다. 상 앞에서 호시탐탐 물고기를 낚아챌 기회만 노린다. 어쩔 수 없이 회를 잘게 잘라 달희에게 주면, 마치 ‘랄랄라~’ 노래하듯이 소리 내며 먹는다. 달희의 식욕에서 언뜻언뜻 생존의 본능을 보곤 한다.
음식에 대한 애착과 달리, 달희는 사람을 피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를 피해 다녔다. 우리 집에 방문한 사람 중에 달희를 제대로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거다. 낯선 이의 인기척이라도 나면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달희가 오로지 의존하는 존재는 자기보다 세 살 많은 형 믹희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밥 먹을 때와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시간에 믹희 옆에 꼭 붙어 있었다. 마치 어미 고양이 대하듯 굴었다. 안고, 기대고, 비비고, 핥고, 둘이 한 몸처럼 꼭 붙어 있었다. 어떤 때 보면, 달희가 믹희의 그림자 같았다. 그 그림자가 어떤 안간힘으로 보이곤 했다. 믹희는 이런 달희의 애착을 싫은 내색 없이 다 받아 주었다. 진짜 자기가 달희의 어미라도 되는 것처럼.
그랬던 달희가 최근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가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기대기도 하고, 쓰다듬어도 도망가지 않는다. 믹희 형과 붙어 있는 시간도 줄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한 존재에게 너무 의존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기만의 세계를 키우는 듯해, 한결 나아 보인다.
앞으로 달희 앞에 또 어떤 변화된 모습이 펼쳐질까? 그건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