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빠진 고양이

by 김주영


우리 집 앞 길가에는 오래된 우물이 하나 있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깊게 파인 배수로 한가운데, 석재로 된 원통형 우물이 덩그러니 솟아있다. 상수도가 없던 시절,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밥도 짓고, 빨래도 했으리라. 이제는 사용하지 않으므로 아무도 우물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는다. 도롯가에 서서 우물 안을 내려다보면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물이 항상 차 있다.


나는 우물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으므로 이 우물을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 우물을 들여다보면, 마치 어둠에 빨려들 것처럼 아찔해진다. 검은 물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어, 자꾸만 뒤로 물러서게 된다.


고양이 치치가 태어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던 어느 봄날이었다. 집에 놀러 온 친구 가족과 우리 부부가 외출을 위해 대문 밖을 나설 때였다. 우물 위에서 한 고양이가 우물 아래를 내려다보며 격하게 울어댔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봤더니 고양이 치치가 우물 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물 위로 간신히 얼굴만 내민 채 표면이 평평한 우물 안쪽 벽을 발톱으로 움켜잡은 채 버티고 있었다. 바로 꺼내지 못하면 치치가 익사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우물 위부터 수면까지는 어른 키를 훌쩍 넘을 만큼 깊었다. 팔을 아무리 뻗어도 치치에게 닿을 수 없었다.


나와 친구 가족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어느새 아내는 접힌 철책 울타리를 들고 왔다. 그러고는 재빨리 철책을 치치에게 내밀었다. 마치 사다리를 내린 모양새였다. 치치는 그 철책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철책을 부여잡다가 놓치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마침내 앞발로 철책을 움켜쥐었다. 나와 아내는 힘껏 철책을 위로 당겨 우물에서 치치를 끌어냈다. 철책에 매달려 나온 치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가시지 않은 듯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아내는 치치를 집안으로 데리고 가 따뜻한 물로 씻기고 말려주었다. 치치가 진정할 때까지 한동안 치치 곁을 지켰다.


치치는 우연히 내려다본 우물 아래가 궁금했으리라. 우물이 얼마나 깊은 곳인지도 모른 채, 우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다른 동물로 착각해 뛰어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물에 빠지자 놀랐겠지. 태어나서 처음 겪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물, 가라앉는 몸. 그러다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 얼굴만 내민 채 우물 안쪽 벽을 발톱으로 부여잡고 버텼으리라. 그 모습을 우물 위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던 다른 고양이가 야옹야옹 울며 구조 신호를 보냈고, 때마침 집을 나서던 우리가 발견한 것이다. 천만다행이었다.


몇 달 뒤, 고양이 토토도 우물에 빠졌다. 우물 쪽에서 세차게 울어대는 고양이 소리가 났다. 치치 때처럼 토토가 겁에 질린 눈으로 얼굴만 내민 채 버티고 있었다. 아내는 제설용 삽을 들고 달려가 삽을 내밀었고, 토토는 삽에 매달려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두 번째 구조는 첫 번째보다 더 침착했지만, 그 순간의 아찔함은 여전했다.


더 이상 우물을 이대로 뒀다간 안 되겠다 싶어, 아내와 나는 부랴부랴 주변에서 안 쓰는 판자를 구해와 우물 입구를 덮었다. 지금 우물은 판자 두 개로 덮여있다.


이제 우물 안에서 귀신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아무렇게나 방치된 시설은 누군가 돌보지 않으면 때로 위험에 노출된다. 고양이들의 호기심은 때로 위험을 동반한다. 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언제 발생할지 모를 위험을 예방하는 일이기도 하다.


치치와 토토가 우물에 빠졌던 날, 자칫 생명이 위태로웠을 위험한 상황에 우리 부부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지만, 다행히 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번의 구조 끝에, 우리는 치치와 토토의 생명을 건졌고, 그들과의 인연은 더 단단해졌다. (*)

keyword
이전 18화고양이 치치를 기다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