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 다른 반응
몇 년 전 가을, 평화롭던 술자리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날이 있었다.
수산물시장에서 생선회를 사 와 아내와 집에서 술을 먹고 있었다. 술자리는 무르익어 갔고, 두 병째 소주를 매운탕과 함께 즐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약 1미터 높이의 캣타워에서 우리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 삐삐가 무슨 심술이 났는지, 엉덩이를 씰룩거리다 말고, 그대로 술상 한가운데로 뛰어내렸다. 술상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상에 놓여 있던 초장이며 뻘건 매운탕 국물이 여기저기 튀었고, 음식들은 접시를 벗어나 거실 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나는 망연자실, 이 광경을 바라봤다. 바닥에 흩어진 상춧잎 사이로 줄행랑치고 있는 삐삐의 엉덩이가 보였다. 아내는 이 급작스러운 상황이 너무 웃긴 지, 배를 부여잡고 웃어댔다. 나는 이내 기분이 상해 술을 계속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말없이 상을 수습하고 방에 들어가 묵언수행에 들었다.
반면, 아내는 한참 동안 깔깔댔다. 목이 막혀 ‘꺽꺽’ 소리까지 냈다. 나는 아내가 즐거워하는 반응에 괜히 심통이 났다.
나는 기분이 잡쳤고, 아내는 좋아라 웃어댔고, 같은 상황에 대한 다른 반응이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부부는 너무 다른 둘의 조합임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돌이켜보면, 저 상황에서 아내처럼 즐겁게 웃어대는 게 최선의 반응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고양이가 예기치 못한 말썽을 피웠을 때는 뾰족한 마음을 갖기보다 코미디를 보듯 웃어넘기는 게 답이다.
그날 이후, 술자리에 삐삐가 캣타워 위에 있으면 나는 평소 안 하던 재롱을 부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