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 청설모

by 김주영

우리 집 고양이들은 자기가 사냥한 사체를 종종 별채에다 갖다 놓는다. 곤충에서 시작해 뱀, 새, 두더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처음엔 이 생경한 광경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이제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바라본다. 그날도 으레 있는 일인 줄 알았다.


별채에 들어서니 구석에 제법 큰 쥐 하나가 몸이 굳은 채 뻗어 있었다. 그 앞을 고양이 둥둥이가 지키고 있었다. 나는 둥둥이가 쥐를 사냥했겠거니 생각하고, 뒤뜰로 가 땅을 팠다. 죽은 그 쥐를 묻기 위해서였다. 땅을 다 파고 별채로 가 쥐를 옮기려고 다가갔는데, 가까이서 보니 쥐가 아니었다.


몸집과 색깔은 쥐와 비슷했지만, 털로 덮인 꼬리가 둥글게 말려 있는 모양이 청설모였다.


내가 청설모라는 걸 직감한 순간, 눈을 감고 미동도 없던 녀석이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순식간에 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아마 일부러 죽은 척을 했거나, 잠깐 기절했었는지 모른다. 녀석은 곧이어 내 팔을 타고 어깨 위로 올라왔다. 내 몸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우리 집 고양이를 피해 내 팔에 피신한 것일지 모른다. 살아있는 생명이 나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다. 나는 이 아이를 고양이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청설모를 어깨에 태운 채 집을 나섰다. 가까운 뒷산으로 향했다. 녀석의 발톱이 내 어깨 살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생명의 의지 같은 것이 전해졌다. 산 초입에 들어섰다. 등산로 옆 비탈길로 올랐다. 십여 미터 정도 들어가, 수풀이 우거진 곳에 닿았다. 그때였다. 녀석이 내 어깨에서 팔을 타고 땅으로 뛰어내렸다. 이제 안심이 된 모양이다. 청설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더니 금세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인사라도 하고 가지. 조금 서운했다. 그래도 청설모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나는 청설모가 사라진 나무를 잠시 바라본 뒤, 왠지 뿌듯해져서 집으로 향했다.


그날 그 작은 생명이 살려고 나에게 매달렸다.


고양이보다 열 배는 더 거대한 인간에게 청설모는 자기의 생사를 기댔다. 동물은 시각보다 청각과 후각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청설모는 내가 자신을 해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확신했을까? 냄새나 숨결 움직임…. 그중 무엇인가에서?


이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청설모를 어깨에 태웠다. 그리고 잠시 동행했다. 나의 무해함이 청설모에게 전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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