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양가감정

훼방꾼 고양이

by 김주영

반려동물과 한집에서 같이 사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 나는 반려동물에게 짜증이 날 때가 있었다. 고양이들이 이불이나 거실 바닥에 배변, 배뇨를 할 때, TV 브라운관이나 소파에 무자비하게 발톱으로 스크래치를 낼 때, 아끼던 장신구를 떨어뜨려 깨뜨릴 때…, 나는 고양이들에게 짜증이 나곤 했다.


물론 지금은 이 모든 일에 둔감하거나 태연해졌지만, 어떤 상황에서 간혹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어느 아침 풍경이다. 잠에서 깨어 집안일을 마치고, 일과를 시작하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글을 쓰고 있는데 마당에 있던 강아지 양양이가 큰소리로 짖어댄다. 신경이 거슬린다. 집중력이 순간 헝클어진다. 양양이는 쉼 없이 짖어댄다.


평소대로라면 쉽게 소리를 멈출 녀석이 아니다. 뒤뜰로 나가 양양이와 눈을 마주친다. 그런데 특별히 바라는 게 있는 거 같진 않다. 도대체 왜 짖는 걸까? 평소 습관이다. 내가 집에 있으면 기분 내키는 대로 짖어댄다.


노트북 앞으로 돌아와 정신을 가다듬는다. 하지만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녀석이 또 짖어댄다. 순간 짜증이 올라온다. 다시 뒤뜰로 나가 이번엔 양양이를 혼낸다. “조용히 안 할래!” 조금 높은 음성으로 화난 티를 낸다. 녀석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진 듯하다.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앉는다. 글쓰기에 집중하려는데, 이번에는 고양이 옥희가 노트북 자판으로 뛰어올라 모니터를 가린다. 순간 화가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평소와 달리 감정 섞인 동작으로 옥희를 두 팔로 안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런다고 나에게 접근하는 걸 포기할 옥희가 아니다. 옥희는 다시 책상으로 올라와 눈앞에서 서성이다 기회를 봐 내 허벅지에 앉는다. 나는 하릴없이 옥희를 무릎에 둔 채 타이핑을 이어간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작업을 할 때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짜증이 올라오곤 한다. 그 감정이 생긴 나 자신에게 놀란다. 사랑만 주기에도 모자랄 판에 내가 너희들에게 화가 나다니.


이처럼 반려동물에게 느끼는 양가감정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스스로 자책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에게 늘 사랑스러운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 순간 불편한 감정이 나를 덮치고, 이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궁금해진다. 내 안에 감정의 불씨가 도사리고 있는데,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그 감정에 불을 붙이는 것일까? 어쨌든 내 안에 긍정적인 감정 못지않게 부정적인 감정도 있음을 인정한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고 겪었던 수많은 모습이 나의 자아를 만들었으니 당연하다.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늘 좋아하는 감정만 생기는 건 아니다.


가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아이들이 자꾸 다가와 귀찮게 하면 싫어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내가 어떤 일에 열중하고 있어도 아이들이 오면 기분 좋게 반긴다. 나와 친근해지고 싶어서 접근하는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존재와 어울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많지 않다.


혹시라도 싫은 감정이 올라오면 주문을 왼다.

“하나밖에 없는 우주가 온다. 하나밖에 없는 순간이다.”


나는 배운다. 사랑은 기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계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기쁨과 짜증이 함께 오간 뒤에야, 나는 비로소 그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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