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면 온갖 종류의 벌레와 마주한다. 돈벌레도 그중 하나다. 시골집에 처음 이사 오고, 이듬해 봄, 어쩌다 눈길이 머문 곳에 돈벌레가 지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곤 했다.
돈벌레는 절지동물로, 지네를 닮았지만, 지네보다 더 작고 가늘다. 실처럼 가는 다리가 좌우로 수십 개 뻗어, 움직일 때마다 작은 굴곡을 만들며 하늘거린다. 내가 녀석에게 다가가면 날개가 팔랑거리듯 다리를 분주히 움직이며, 귀퉁이 안으로 사라져 버린다. 머리 부위에는 더듬이가 길게 솟아 있다. 더듬이가 방향을 감지하느라 좌우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사람들은 돈벌레라 부르지만, 사실 정식 명칭은 ‘그리마’다. 그림자의 옛말에서 온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어제 설거지하다가 개수대 안에서 돈벌레가 나오는 걸 봤다. 돈벌레가 물을 피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개수대를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쓴다. 나는 돈벌레에게 물이 튀지 않도록 주의하며 그릇을 씻었다. 녀석은 개수대 구석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오늘도 설거지하는데, 돈벌레가 보였다. 크기나 모양을 보아하니, 어제 보던 녀석인 것 같다. 여전히 개수대 안에 갇혀 있다. 개수대의 스테인리스 벽면이 미끄러워 보여, 저 다리로는 도저히 기어오르기 힘들겠다 싶었다. 개수대에서 꺼내주어야겠다. 엄지와 검지로 조심히 돈벌레를 집어 개수대 바깥으로 옮겼다.
돈벌레는 좌우를 살피다가 주방 구석의 타일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제 갈 길을 간다. 다행이다. 제자리를 찾은 듯해서.
개수대에서 빠져나온 그 작은 생명을 보며, 어딘가 붕 떠 있던 내 마음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임을 상기한다.
시골살이는 이렇게 작은 생명 하나를 도우며 지나간다. (*)
/이미지는 AI를 이용해 구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