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선택

by 김주영

많은 사람이 그렇듯, 글을 쓸 때 단어 선택을 고심한다.

어떤 단어가 가장 적확하게 내 생각을 표현하는지 따져본다.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문장을 만드는 과정이다.

마치 단어의 무리 중에서 핀셋으로 하나를 뽑아내는 정교한 일이라고 할까?


그러니 창작은 선택이다. 그 선택이 곧 창작자의 어휘력이자,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단어를 선택할 때 중점을 두는 건 맥락과 뉘앙스다.


‘공간’과 ‘장소’는 비슷한 뜻이지만, 맥락과 뉘앙스에 따라 차이가 난다. 내가 사는 집을 ‘공간’이라고 표현할 때와 ‘장소’라고 표현할 때 어떤 차이가 발생할까?

‘내가 사는 공간은…’, ‘내가 사는 장소는…’.


‘장소’는 사건이 일어나는 무대라는 인상이 강하고, ‘공간’은 그보다 더 추상적이다. 내가 우리 집 고양이에 관해 글을 쓰는 건 장소를 쓰는 일이기도 하다. 고양이들의 일상과 장소는 하나로 펼쳐진다.


‘보다’와 ‘바라보다’는 어떨까?

‘고양이를 보다’와 ‘고양이를 바라보다’

‘바라보다’가 감정이입에 더 수월하다. 고양이를 ‘바라본다’가 고양이를 ‘본다’ 보다 상대와 친밀감이 더 생긴다. 그러므로 단어의 선택은 글에서 발생하는 어감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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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다르다’라고 말해야 할 때, ‘틀리다’라고 말할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다. 오랜 세월 뇌리에 박힌 습관이리라. 단어의 선택에도 무의식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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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표현하고 싶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기억력 때문인지, 어휘력 때문인지 구분을 차치하더라도, 그 순간 뇌의 노동이 감지된다.


글을 쓰는 것도 육체노동이다. 단어를 찾기 위해 뇌를 뒤적이는 순간이다. 삽으로 흙을 파내는 것 같다고 할까. 나는 오늘도 단어를 고르는 노동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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