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한 아이의 물음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사랑쌤… 오늘 독서록 안 하고, 내일 하면 안 돼요?”
쭈뼛쭈뼛,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다가온 아이의 물음.
그 물음 앞에서 나는 잠시 멈칫하게 된다.
지역아동센터에는 규칙이 있다.
어딜 가나 그렇듯,
여기도 ‘오늘 할 일은 오늘 마무리한다’는 원칙이 있다.
아이에게 책임감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고,
그건 선생님으로서 내가 맡은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마음 안에서는
조용한 싸움이 시작된다.
센터의 입장과, 사람의 마음 사이에서.
형평성과 책임을 이야기해야 하는 ‘생활복지사’로서의 나와,
자신의 진심을 용기 내어 꺼내준 아이의 마음을
그냥 받아주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내가
잠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충돌한다.
결국 나는, 선생님의 마음을 선택한다.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순간들이 쌓인다.
마음이 걸리고, 되돌아보고, 질문이 남는다.
“이건 정말 아이를 위한 걸까?”
“이 공간은 누구의 공간일까?”
“나는 지금, 누구의 편인가?”
내가 이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그런 질문들이 마음 안에 계속 쌓여갔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단 한 곳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하지만,
매일 아이의 눈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그 하루를 함께 살아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분명히 느낀다.
‘돌봄’이라는 말이 참 어렵고,
또 참 절실하다는 것을.
이 글은
현장에서 멈춰 선 자리에서 시작된 시선이다.
그 자리에서 바라본 풍경, 느껴진 마음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내 보고 싶다.
센터, 가정, 아동.
그 안에서 흔들리고 고민하는 나.
이 이야기를 통해
지역아동센터의 정체성을 다시 묻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질문 앞에 잠시 멈춰 서보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