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의 건축, 경회루(2)

- 경복궁 경회루에 숨어있는 비밀코드

by jskim

궁궐의 전각은 外朝(궐내각사, 승정원, 홍문관 등), 治朝(정치 장소, 근정전, 사정전), 燕朝(침전 구역, 강녕전, 교태전)로 구성된다. 이 세 구역이 있어야 전통시대 궁궐의 완전성을 구비하는 것이다. 경복궁의 치조 즉 왕이 정사를 보는 구간이 근정전, 사정전 영역이다. 이 구역은 긴장이 고조되는 공간으로 건축도 위엄 있고 정제미가 있다. 정도전은 경복궁의 기본 성격을 "제도를 장엄하게 하여 존엄을 보인다."라고 했다. 이는 치조 즉 정치하는 공간을 주로 이르는 말이다.

국왕은 하루 일정이 타이트하다. 7시쯤 대비전에 문안을 드리면 바로 사정전에서 경연(공부)을 하고 정사를 본다. 상참(참상관 이상 참석)을 하고 윤대(해당 부처의 업무보고)를 마치면 점심시간이 된다. 식사 후 주강(낮 공부)을 하고 상소문을 읽으며 결재를 한다. 날이 어두워질 즈음 5시에 퇴근을 한다. 이처럼 국왕의 하루 일과는 긴장의 연속이고 이 긴장이 배어 있는 공간이 치조 즉 근정전과 사정전이다.

그런데 사람이 계속 긴장만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여 뇌가 피로해지고 뇌출혈이나 심신의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긴장을 풀 수 있는 이완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이완의 공간이 창덕궁은 후원이고 경복궁은 경회루이다. 경회루는 그래서 긴장의 공간인 근정전과 사정전 바로 서쪽(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본래 근정전 서북쪽에는 태조 대에 세운 작은 정자 같은 樓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태종 대에 이르러 이 樓가 기울어지고 위태롭게 되자 태종은 공조판서 박자청에게 수리하라고 지시하였다.

건축주로서 태종은 시공자인 박자청에게 기존의 누각을 수리(기울어진 것을 안전하게 세우고 기능을 회복하는 것)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면 시공자 또는 건축가로서 박자청은 수리만 하면 되었을 것이다.
그게 지시받은 사항이기 때문이다. 만약 건축주의 요청대로 기존 누각을 수리하는 것에 그쳤다면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경회루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자청은 지시사항을 충실히 이행만 하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가 아니라 그는 아키테트(건축가)였다.
즉 형식적 지시사항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여 그에 부합되게 누각 공사방법을 설계하는 접근법을 사용했다.

나는 이것이 박자청의 건축가로서의 자질이고 위대함이라 생각한다. 그는 누각의 수리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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