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바다의 굴들은 제라늄 꽃 아래 잠잔다
너울진 바다가 흔드는 요람 안에서
젖살 오른 희끔한 굴들이 야들야들 익어간다
멀어진 너, 혼자 남아 바다의 꽃들을 바라본다
지금은 이르고 눈발 흩날리는 날 이곳에 온다면
제라늄 꽃 떨어진 난공불락의 성곽에
아서왕의 검을 뽑아 두 동강난 계곡 사이로
바다가 내어주는 젖과 꿀을 맛볼 수 있으리라
그때 나는 너와 같이 올 수 있을까?
후루룩 후루룩 불량한 파도를 해변으로 떠밀며
푸른 투구의 섬들은 제라늄 꽃 수문장이 된다
너를 향한 내 마음의 속도는 뒤처진 외로움
멀어진 보폭의 슬픔을 파도에 실어 기다림에 미룬다
어쩌면 너는 나의 쓸모가 아니라
좋은 것을 함께할 당연한 믿음일 테니
언제라도 괜찮다 너와 마주칠 마음의 속도
해마다 제라늄 꽃 아래 희끔한 굴이 익어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