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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는 그렇게 가시를 숨겼다.

by 레알레드미

종이에 손을 베었다.

남의 말과 글들을 충실히 받아 적는

순하고 해맑은 얼굴의 느닷없는 공격

칼날도 아니면서 매섭게 날카롭다

함부로 구기고 찢어서 버린 것들의 반란

하얀 내장을 칼처럼 벼린 연약한 고슴도치

제 목숨을 담보로 성가시게 그어댄다

유순한 것을 유순하게, 선량한 것을 선량하게

귀하게 대하는 법을 몰랐던 나의 오만함이

순결한 눈 위에 붉은 얼룩을 남겼다.

우주를 휘돌아 귀하게 온 너일 텐데

비수를 품도록 성나게 해서 미안해

그게 어떤 것이든 함부로 대하지 말 것

연약함이 뾰족해지기 전에 애틋하게 포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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