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호 저
시대적 배경은 한국 전쟁 직전, 진행, 직후의 10여 년에 걸쳐진 한국사회의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혼란스럽고 방황하는 지식인의 정신을 대변한다. 주인공 명준은 인본주의 정신에 젖은 철학도로서 인간 중심의 바르고 진정한 사회 구현을 꿈꾸는 젊은이다. 그의 아버지는 부패 사회에 맞서 인간의 능력과 존엄성을 강조하는 순수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진실된 사회주의 이념 애창자로서 전쟁 전에 월북한 박헌영과 같은 부류의 지식인이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명준 또한 빨갱이라는 오명으로 심한 고문을 당하고 피신하던 중 윤해 여인을 만난다. 책에서 의미하는 ‘광장’은 존엄성을 지닌 인간들이 진정한 가치를 위해 표현의 자유와 결의로 진정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서로를 탐색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사회 창출을 위한 논쟁의 근거지로 상징된다. 당시 남한 사회도 권력의 횡포 하에 점점 부패와 기만과 거짓이 만연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제대로 된 삶의 가치 추구가 어려워지고 진정한 대화와 소통이 부재하여 광장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주인공 명중이 나아갈 광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껴가는 중에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휴식을 연인 윤애한테서 발견하여 그녀와의 만남 속에서 아주 작은 광장을 느끼게 된다.
인천 부두에서 월북선을 소개받아 갑작스러운 월북으로 아버지와의 해후도 갖게 되나 혁명의 주체자들에게 모든 권위를 빼앗긴 인민들의 삶이 그야말로 무감각, 무감동, 무표정의 빛바랜 생활로 힘없이 끌려다니는 비참한 삶의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그곳 또한 허구에 불과한 인민주의 체제로 광장이 없음을 한탄한다.
전쟁이 일어나고 남하하면서 거제도 수용소에 포로로 잡히게 되고 결국 중립국으로 송치되는 배에 승선하면서 이 지구상에 자신이 거주해야 할 광장은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 북한에서 만난 예술단원 은혜는 명진에게 신선한 삶의 가치를 선물한다. 자신이 살아가야 할 명분도 은혜이고 미래 가치 있는 시간도 은혜로 비롯된다. 전쟁 중에 은혜를 잃게 되고 선상에서 계속 무언가에 쫓기는 불안한 심적 고통 속에서 친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를 의식하게 되는 것은 두 마리의 갈매기 때문이다. 은혜와 태어날 자기 아기임을 암시한 큰 갈매기와 작은 갈매기. 명준은 광장을 찾아 두 마리의 갈매기와 함께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지금도 광장은 없다고 작가는 시대를 초월한 광장의 의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