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중에서 하나레이 해변을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명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하나레이 베이>.
곧 개봉을 앞둔 이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를 받았으나. 평일 애매한 시간. 그리고 촉박한 일정으로. 같이 보러 갈 한 명을 구하지 못해서 가지 않았다면. 너무 궁색한 변명일까.
하늘에 곧 흡수될 것처럼 푸르고 푸른 저 바다. 붉은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간 한 여인. 영화 포스터만 봐도 그 사연이 궁금하긴 했다.
그리고 다 읽은 책을 팔기 위해 오늘 오전 중고서점에 들렀을 때. 우연히 내 눈에 띈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기담집>. 나도 모르게 어느새 하나레이 해변이 나오는 부분을 찾아 읽고 있었다.
한때 서핑을 매 주말마다 다닌 적이 있다. 서핑보드 위에서 때로는 적막함만이 세상의 전부인 양. 때로는 밀려오는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면서. 내가 살아있기에 이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살고 죽는 것에 선을 그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맘 속에 살아있는 그들은? 산 것인가 죽은 것인가. 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인가. 반대로 여전히 있는데도. 남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수많은 질문만을 남겨둔 채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