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이모가 읽던 <앤 오브 그린 게이블즈> 전집을 물려받았다. 앤이 어른이 된 이후의 스토리 끝까진 다 읽진 못했지만. 마릴라와 매슈의 집으로 오게 된 이야기랑 학창 시절을 다룬 부분은 명작 만화로도 여러 번 반복해서 볼 정도로. 나는 자타공인 <빨강머리 앤>의 팬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을 하고. 그렇게 나도 세월과 더불어 흘러왔고. 이젠 노안도 오고 머리도 희끗해진 마릴라, 풍채는 린드 부인^^;;,의 나이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의 론칭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받아보게 되기까지. 나를 만나러 올 그 아이가 궁금했다. 단발의 빨간 머리 앤과 꼬미. 이야기 중간중간에 좋은 멘트들로 리프레시를 해주었지만. 역시 원작이 주는 감동의 힘이란 대단했다. 섬세하면서도 착한 문체는 영혼의 씻김까지 느끼게 해 주었다.
삶의 용기란 게 뭔지 잊은 지 오래다. 그냥저냥 반복적인 일상 속에 파묻혀 지내왔던 내게. 그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때론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금이 바로 그래야 할 때라고. 인생에서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