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서 급하게 부산으로 오게 된 건 순전히 남편 업무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남편 출장까지 따라올 생각은 없었는데. 여행 중간에 일정이 생긴 건 그도 어쩔 수 없었던 것. 장소는 ‘아난티 코브.’ 명성을 들어본 적은 있다. 내 선택은 아니었지만.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최신 리조트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얼추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아난티 코브 입구라는 것만 확인했을 뿐. 리조트 관련한 어떤 안내 표지판도 찾지 못하여서. 당황스러웠다. 도로 중간 중간에 차량 통제를 위해 서 있는 직원들에게 물어물어서야 겨우 로비까지 도착했다. 회원이 아닌 객실 이용자나 방문객에겐 제한된 정보만을 주려는 폐쇄적인 느낌이 강했다.
건축주가 노출 콘크리트 공법, 동굴같이 긴 복도와 라운드어바웃을 좋아하는 듯했다. 바닷바람이 건물 내부 사이사이로 들어올 정도로. 실내외 구분이 없이 오픈된 건축 구조도 이 리조트의 큰 특징처럼 보였다. 다만 겨울이 일년의 25%를 차지하는 나라의 휴양시설에 적합한 설계인지는 생각해봄직했다.
체크인 후에 객실을 찾아가는 일도 쉽진 않았기에. 이 리조트의 컨셉이 미로(maze)가 아닌가 싶었다. 가까스로 도착한 방 안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다쪽으로 난 넓은 테라스였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니 해안을 따라 예쁘게 난 산책로에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운동삼아 빨리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보였다.
나도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 그 길을 따라 아난티 힐튼 반대방향으로 걸었더니 용왕단까지 이르렀다. 아직은 봄이라기엔 이른 시기라서. 머플러를 올려맸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용왕단 내부에는 두 세 명 정도가 기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이 산책길의 끝이 어디까지 이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겐 이 리조트에 와서 만난 길 중에 가장 명료했다.
리조트 안에서는 룸서비스 외의 외부 음식 배달이 사실상 안된다기에.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캐비네 드 쁘아쏭’에서 바닷가 쪽 창가에 앉아 식사를 했다.
음식값만으로는 솔직이 그 비용을 안 쓰고 싶었다. 바다뷰가 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