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엠 Mar 10. 2022

남산둘레길

다음 달에 열릴 서울마라톤을 위해 준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자, 남편이 페이스메이커로 같이 훈련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남산둘레길 7.5km를 달리러 갔다.


트래일 러닝이 주력 종목인 남편에게 코스 선택권을 넘긴게 내 패착이었다는 건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곧 알게 되었다. 포장된 길과 산길이 뒤섞인 코스는 평지 달리기를 좋아하는 평소 내 취향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가파른 산길 업힐이나 다운힐 중간중간에는 엉거주춤하게 걸어야 했기에. 정확한 기록 측정이 어려웠고. 거리에 비해 총 운동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많았고. 아무튼 여러 가지로 내 맘에 들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난 상태에서 그렇게 남산둘레길을 완주했다. 투덜대는 나를 달래주려고 남편은 서둘러 주변 맛집을 탐색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트남 쌀국수를 사줬다. 어찌나 맛있던지. 평소 너무 급하게 먹어서 올 해부턴 20분에 걸쳐 천천히 식사하기로 한 새해 계획 따윈 전혀 떠오르지도 않았다.


다 먹고 나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대화 도중에 남편은 남편대로 내 페이스에 맞추느라 정작 본인에겐 성이 찰 정도의 운동 분량이 안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근처에 사는 친구를 불러내어 자전거로 N타워까지 다녀오겠단다. 그때서야 비로소 남편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고,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속에 열리는 이번 대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언택트 마라톤이어서. 3월 14일 참가신청 후 각자 자신이 뛰고 싶은 코스를 정해서 달리면 되는데. 어떤 맵을 그려야 자신 있게 완주할  있을지 정하는 것도 제법 흥미진진하다. 아직 시간이  달가량 남았으니. 일단 남산둘레길은  위시리스트 제일 마지막에 두기로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