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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Sep 13. 2016

홍콩 딤섬(點心, Dim Sum) 주문하기

마음에 위로를 주는 점심시간

출장이나 여행으로 잠시라도 홍콩을 떠나 있게 되면 그때부터 벌써 그리워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홍콩을 아우르는 광동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인 딤섬(點心, Dim Sum)이다. 홍콩은 웬만한 딤섬 전문집 한 곳에서 주문 가능한 딤섬 메뉴가 무려 150여 가지이고, 전체적으로는 약 2,000여 종의 딤섬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하까우(虾饺, 알 새우 딤섬)와 슈마이(烧卖, 돼지고기와 버섯, 새우를 다져 넣은 딤섬)도 포함이 된다.

 

대부분의 홍콩 가이드북에 게재되었을 예만방(譽滿坊)과 팀호완(添好運) 등의 수수하지만 유명한 딤섬 전문점부터 사전 예약이 필요한 폭람문(福臨門)이나 롱킹힌(龍景軒) 등과 같은 고급 딤섬 레스토랑까지, 가 볼만한 딤섬집은 홍콩에 넘쳐난다. 가이드북에 나온 식당이 아니어도 정말 눈물 나게 맛있는 딤섬집들이 많다. 오직 그 집만이 만들 수 있는 고유한 딤섬이 반드시 있다는 것은 그들이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된다. 그래서 필자는 그 열매를 먹으러 서너 군데 정도의 딤섬집을 단골로 두고 돌아가며 즐기고 있다.


보통 딤섬집들은 아침 7시부터 문을 연다. 이 시간쯤에 딤섬을 먹으러 가면, 동네의 어르신들이 친구들과 함께 천천히 차를 마시며 신문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침식사를 드신다. 홍콩이 일본을 제치고 최장수 국가가 된 이유에 섭생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는데, 딤섬과 같이 해산물을 찌는 방식으로 조리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는 습관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식당에 일단 들어가서 자리를 안내받으면 바로 차를 주문하게 된다. 재스민차(茉莉花茶), 보이차(普洱茶), 수미차(壽眉茶) 나 철관음차(鐵觀音茶) 정도가 기본적으로 구비가 되어있다. 필자는 맛이 부드러운 재스민차나 수미차를 주로 주문한다. 그러면 주문한 차 주전자와 뜨거운 물을 담은 주전자, 이렇게 두 개의 주전자와 용도가 불분명한 큰 대접 하나를 내온다.


여기 사람들은 테이블 위에 있는 그릇과 수저에 찻물을 부어서 헹군 다음 그 대접에 헹군 물을 따라버린다. 이렇게 하면 혹여 그릇에 남아있을 불순물을 씻어낼 수 있고 그릇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 또 찻잎을 우려낸 첫 물을 효율적으로 따라낼 수가 있다.


딤섬집에서는 차를 주문함으로써 자리값을 내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차를 주문하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자리값은 요일과 시간대별로 차등을 둬서 받는다. 필자가 자주 가는 딤섬집의 경우 평일 오전에는 일인당 5 홍콩달러(한화 750원),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2시에는 6 홍콩달러를 받는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일인당 8 홍콩달러에서 10 홍콩달러를 받는다.  


뜨거운 물이 부족할때는 종업원을 따로 부를 필요 없이 손잡이 위에 주전자 뚜껑을 살짝 걸쳐두면 알아서 채워준다.


차를 천천히 마시면서 딤섬의 이름이 적힌 메뉴 표을 살펴본 후, 원하는 수량을 표시해서 종업원에서 건네주면 된다. 음식이 하나씩 도착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공용 젓가락으로 음식을 접시에 덜고 개인 젓가락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는 것이 이 곳의 예의이다. 옆사람에게 음식을 권하거나 빈 찻잔에 차를 채워주는 일도 홍콩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게 잘 한다.


딤섬차림표에 펜으로 원하는 메뉴에 수량을 적도록 되어있다. 보통 하까우를 한개 주문하면 찜통 하나에 4알이 담겨나온다.


식당 종업원들이 음식을 내오거나 거두어갈 때 접시가 깨질듯한 소리를 내는 경우나, 이가 빠진 그릇들을 사용하는 모습들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었다. 손님으로서는 충분히 언짢거나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근데 아주 고급 식당이 아니라면 홍콩의 로컬 식당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그릇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그 가게에 들어오는 액운을 쫓아주기 위해서이고, 이가 빠진 그릇들은 그 가게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반증이기에, 현지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던 아니던 그들의 사정을 알고 나니 조금은 이해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딤섬의 크기와 수량을 표시하는 딤섬 기록표. 메뉴가 하나씩 테이블로 나올때마다 종업원이 도장을 찍어준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종업원을 불러 "마이단, 음꼬이!"라고 말하거나, 공중에 손가락으로 작은 원하나를 그리면 계산서를 갖다 준다. (이는 마치 예전에 동그랑땡 소시지 광고에서 본 듯한 동작이다. 등교하던 아이가 뒤돌아서며 "엄마, 오늘 반찬 뭐야?"라고 물었을 때,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다보던 엄마가 허공에 그린 동그라미를 떠올리면 된다.) 계산서를 가져오면 먹은 음식이 맞는지 특히 그 개수가 정확한지 확인을 한 후 그 자리에서 혹은 나가면서 계산을 하면 된다.    


필자가 즐겨먹는 딤섬 메뉴들. 차와 함께 먹으면 살이 잘 찌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믿고싶다.



      

               



커버 이미지 출처 Experience Hong Kong,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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