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원이 오기로 했다.

by 에밀리


직원모집공고를 올렸다. 이력서를 정리하여 사장님께 올리는 일도 내 업무 중 하나였다. 이력서가 들어오고 있다. 그러고 나니 정말 내가 퇴직을 준비하고 있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다양한 이력서가 들어오고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고장접수받고 전달하는 업무가 속해 있다 보니 예전에 사무직을 모집할 때보다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웃는 이야기로 사무직 직원으로 온 사원에게 " OO 씨는 500:1을 뚫고, 우리 사무실에 왔어" 할 정도로 그때는 정말 이력서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정리하는 데 힘들었다.


몇 번의 면접과정이 이루어졌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사람은 없었다. 과연 내가 그만두기 전에 인수인계를 충분히 하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조금 드는 찰나에 한 직원이 오기로 하였다. 그래서 인수인계를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였다. 그래야 순조롭게 인수인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알았다. 내가 이것저것 일을 많이 하고 있었다. 구조상으로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지만, 3가지 이외에 그 항목들과 함께 뻗어나가는 가지처럼 여러 가지의 일들이 많았다. 하나를 정리하고 나면 하나가 또 떠올랐다. 그리고 정리하고 나면 또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었구나!


첫 번째 오기로 한 직원은 오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과 맞지 않다고 오지 않았다. 그래서 또 부랴부랴 이력서를 뽑고, 새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바로 내일부터 오기로 했다. 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처음에 오기로 했던 직원은 이유 없는 느낌으로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새로운 직원이 왔다.


생각보다 어린 직원이 후임자로 왔다. 만감이 교차하였다. 내가 일찍 결혼했으면 자녀였을 나이의 직원을 후임으로 받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인수인계가 시작되었다. 어린 나이의 친구였다. 결재를 올리는 방식도, 서류에 결재인을 찍는 것도 낯선 친구였다. 이제 하나하나 다 인수인계를 해 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막연했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후임자의 느긋함과 함께 느긋하게 진행하기 시작했다.


감정에 쉽게 휘몰아치는 나와는 정반대였다. 객관적이고 안정적이었다. 나이만 어렸지 차분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 안정적이었다. 모르는 것이야 배우면 되는 거지,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성실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 나도 열심히 인수인계를 하기 시작했다.


비록 했던 말을 또 하고 있지만, 아마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 주던 언니도 그랬겠지? 새삼 고마워진다.


일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르면 천천히 가르쳐 주면 되지 않는가? 주먹구구식으로 엑셀을 사용했던 나와는 달리 자격증이 있는 친구의 엑셀 사용은 달랐다. 변수가 많은 내용이라 어쩔 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확인했던 나와는 달리 어쩌면 더욱 간편하게 하려고 하는 어린 나이의 친구가 조금은 낯설었다. 되도록이면 꼰대가 되지 않기로 노력하고 노력했다. 그러나 한번 터졌다.


"이건 내가 있을 때는 이렇게 해 주고, 내가 나간 다음에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어린 나이의 친구는 받아들이는듯했다. 어쩌면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는 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소심하고 약해졌는가? 나는 내가 소심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까지 인수인계하면서 어린 나이의 친구에게 까지 소심할 줄은 몰랐다. 퇴직을 앞두고 있어서 인지, 인수인계의 시간은 더 혼란스럽고, 힘들다.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인가? 내가 서야 할 곳은 어디인가?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나를 두려움의 동굴로 자꾸 데려가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큰 소리로 'CUT' 하면서 생각의 꼬리를 자르려고 하지만, 솔직히 쉽지만은 않다. 현실은 현실이니 말이다.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나는 정말 현실감이 좀 떨어지고, 지극히 이상적인 사람이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 그려진 그 그림을 붙들며 희망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적이 많다. 실패의 아픔도 많다. 실패를 잊지 말고, 현실감을 더욱 키워야 하는데, 나는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인수인계는 정말 힘들다. 매일매일 꽉 찬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엘리베이터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했었는지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case by case 그때그때마다 다른 현장의 일들을 빠르게 대처하면서 지내왔다. 알고 있고, 해 왔던 일들이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있었음을 알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잘 정리하고, 나는 또 새로운 일들을 준비하러 나간다. 그렇다. 나는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잘 정리해 보자. 더욱 힘을 내어 내 후임자가 있어서 나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쌓인 일들을 잘 전해보자. 인수인계를 잘하는 것도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귀중한 업무임을 놓치지 말자. 그렇게 나는 다짐하며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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