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워둔 울타리의 높이가 아주 높아졌다. 그것을 뛰어넘기에는 익숙함과 안정감 때문에 쉽지 않았다. 나는 뛰어넘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문을 만들어 열고 나가보기로 했다.
나는 결심했다. 이제 더 이상 멈추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문을 열고 나가 보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는 그 문을 벌써 다 만들었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길었다. 그런데 일이 벌어지는 속도는 순식간이었다.
우선 가족에게 말했다. 내가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본 가족은 지지해 줬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아쉬워했다. 그런데 말리고 싶어도 말릴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지체하다 보면 할 수 없을 것 같음을 함께 공감해 줬다. 그리고 친한 지인들에게 인생 멘토들에게 이야기했다. 좀 무모해 보이기는 했다. 아니다 아주 무모하다. 확실히 옮겨질 보장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금 이 순간에 옮긴다는 것이 무모해 보였다. 그러한 시간을 가지면서 하는 건 어떨지 회사에서도 권유해 줬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조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문은 만들어졌고, 이제 열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앞으로 벌어질 일이다. 아주 속 시원하게 그 문을 박차고 나와서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 있는 두려움은 나를 불안 속에 헤매도록 하였다. 그렇다. 나는 또 불안에 휩쓸렸다. 새로운 곳을 가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던 나였는데 보이지 않는 희망을 쫓아서 도전하고, 그 일들을 해내는 나였는데, 이제는 두렵다. 그리고 불안하다.
보이지 않던 현실이 너무나도 잘 보인다. 매달 쌓여만 가는 대출이자, 카드값, 각종 공과금이 너무나도 잘 보인다.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처음 한 두 달은 버틸 수 있겠지, 하지만 그다음은 어쩌려고 그러지?
울타리의 문을 순식간에 만들어버린 나와 떨어져서 잠시 그 문을 바라보았다. 이제 열고 나오면 된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희망의 문보다 그 문을 나가면 어떻게 살아가지? 하는 불안의 문이 더 크게 보였다. 이게 현실이다.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그 문을 열고 나올 것이다.
불안의 문이 나를 누르기도 하지만, 새로운 희망의 문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의 이 시기에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의 문도 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기회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잡을 것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다 실천할 것이다. 그리고 실천하고 있다.
어느 날 제2의 인생과 연결된 새롭게 시작된 연수가 생겼다. 우연한 기회로 그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연수를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방향의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방향만을 바라보던 내가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여러 가지 다방면의 방향의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잠시의 멈춤의 시간이 나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불안의 문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희망의 문을 다 볼 수 있는 시선을 열어준 것 같다. 이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