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기 싫었다

by 에밀리


어릴 적 나는 저런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했다.

초짜에게 배울 게 있고, 연륜에게서 배울 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둘 다 수용할 줄 아는 평화주의자가 되겠노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꼰대가 되어 있었다.


나는 가운데에서 중심이 되어서 균형을 잘 유지시키며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인수인계를 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꼰대였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라떼를 자꾸 찾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나는 어려운 상황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내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무조건 시키는 대로 그대로 따라야겠다. 그래야 빠른 시간 안에 그 일들을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하는 데 목표를 두고, 시키는 대로 그냥 다 했다.


인수인계를 하면서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수인계란 무엇인가? 지금 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잘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닌가? 응용은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런데 자꾸 인수인계와는 달리 자신의 편의대로 바꾸는 모습이 편하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하면서 찾은 최고의 노하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편한 것을 왜 굳이 그렇게 하면서 고생을 하는 걸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 나도 라떼를 찾는 꼰대이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나는 갈등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을 잘 만들지도 않을뿐더러 그 상황을 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를 그만두고 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니 인수인계의 과정에서 갈등을 표현한다고 해서 무엇이 득이 되겠는가? 하고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빨리 습득하고, 빨리 본인의 능력으로 흡수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나는 꼰대긴 꼰대이지만, 수용할 줄 아는 꼰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니 인수인계가 더욱 편안하게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제 인수인계 할 것은 다 했다. 후임자의 몫만 남아있다.


후임자의 강점은 이성적인 면과 차분한 마음가짐이다. 감정적이고 산만한 나와는 정반대인 성격이 이곳을 적응하는 데 한몫을 하였다. 이제 거의 2주 넘는 시간이 흘렀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후임자는 익숙해지고, 더 나아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칭찬하고 싶다. 이곳에서는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이 생긴다. 아무래도 전화를 받아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렇다. 그러한 부분을 어린 나이이지만 차분하게 잘 해내었다. 어리다고 내가 편견을 가졌나 보다. 그런 것이 꼰대겠지?


라떼를 찾는 꼰대였다 나도!

이제는 꼰대가 아니라 세대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너의 세대는 이렇게 하는구나, 나의 세대는 이렇게 한다. 세대의 차이가 이런 것임을 알게 된다. 상대방의 감정과 의견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과 의견을 바로 말하는 세대, 참 다르다. 특히나 소극적이고 소심한 성격에 나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내 의견을 말하는 것에 많이 주춤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만난 세대는 다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날것으로 말한다. 그래서 연세 많으신 임원급의 직원들은 그것을 가지고 예의 없다고 느낀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그건 예의 없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면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준다.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가 맞춰가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회사생활하면서 이런 적이 있었다. 나는 나의 입장을 이야기한 것인데 그 상사는 더욱 화를 내었다. 내가 큰 목소리를 낸 것도 아니고, 짜증 나는 목소리를 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는 나의 입장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었는데 그것이 대드는 것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라떼는 그랬다.

상사가 이야기하면 무조건 '네' 하면서 그 말에 무슨 대꾸를 하면 안 되었다. 아마도 그 상사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자신이 하는 말 그대로 하길 원했던 모양이다. 그러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입장을 듣고 서로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해결책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 상사의 행동에 무조건 나도 화가 났었다. 그런데 이제 그 상사가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 상사도 꼰대였나 보다.

나도 꼰대였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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