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해 봤습니다
일상의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쓰려고 합니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불현듯 '현대차 로고는 왜 타원형'인가?라는 질문에 꽂혔다. 우연의 일치인지 현대차 로고뿐 아니라 기아차 로고도 납작한 타원형이 워드마크를 감싸고 있는 형태인데, 왜 국산 자동차 로고들은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타원형의 아우트라인을 가지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표준적인 답은 글의 밑에서) 그렇다면 소위 열망의 대상인 외제차 로고는 어떠한가? 왜 벤츠나 아우디는 로고만으로도 '고급스러움, 멋있음, 간지남'등을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덧붙이자면, 나만 그런가? ㅎㅎa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파헤치기 위해 브랜드 헤리티지와 관련된 모든 가치를 무시하고 심벌의 모양만 주목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알고 있는 기아의 로고 (우측)
메타포를 풀이해보면 현대의 경우 노사 간의 화합을 상징하고 있고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악수를 하고 있음) 기아의 경우 세계(타원) 속의 기아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기아의 타원이 좀 더 납작하고 못 생겼다.
기아의 로고 변천사는 꽤나 다이내믹하다. 한 때는 내수용 차에 정원형의 엠블럼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bmw랑 너무 흡사하다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변경된 로고
처음 이 로고를 봤을 때 기아의 로고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로고 디자인을 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제대로 읽히느냐"인데 난 이 로고가 KN으로 읽혔고, 공장 지붕의 메타포가 강해서 그런지 철강이나 제조업의 로고인 줄 알았다.
어쨌든 이 글에서는 기아의 로고 변천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타원'과 '정원'을 주제로 하고 싶으니 새로운 엠블럼은 적당히 넘어가도록 하자.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건 '자본'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으니까. 스타벅스의 엠블럼이 좋은 예다.
참고로 나는 자동차 스펙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깝고 그나마 관심 있는 부분은 자동차 디자인, 심벌(로고), 차의 가격 정도다. 백 퍼센트 주관적인 내 머릿속의 자동차 계급도는 아래와 같다.
람보르기니 > 마세라티 > 페라리 > 벤츠 > 아우디 > bmw > 폭스바겐 > 현대차 > 기아차
:: 열외 일본차 / 테슬라 / suv
이 순서는 내가 선호하는 로고가 예쁜 순과 상당히 일치한다. 그중에서도 조형적인 아름다움만 놓고 보자면 벤츠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로고가 아름다운 이유를 써보자면
1. 정원은 가장 아름다운 도형으로 황금 비율의 기초가 되었다.
2. 중앙의 별 모양 엠블럼은 삼각형의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 삼각형은 피타고라스가 가장 사랑했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도형이다.
3. 4분면이 아닌 3분면으로 분할되어 있는데 3은 완전에 가까운 숫자다. (역시 피타고라스가 사랑했다)
4.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원과 삼각형 두께의 밸런스가 조화롭다. 전체적으로 샤프하고 엣지있는 느낌은 차별화된 부, 계급의 인상을 준다. 반면, 현대차의 로고 밸런스는 원은 너무 얇고 H는 상대적으로 뚱뚱해서 조화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기하학적인 형태는 불규칙한 형태보다 더 아름답다.
정사각형, 원형이 가장 아름답고, 포물선과 타원형이 그다음이다.
두 개의 선이 만났을 때 아름다운 경우는 오직 두 가지밖에 없는데,
하나는 수직으로 만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행을 이루었을 때다.
-크리스토퍼 렌 / 공간을 위한 공간 중에서
그렇다. 이번 글에서 내가 세운 가설은 타원형이 아닌 정원형으로 디자인했을 때 과연 심미적으로 더 아름다울까였다.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로고들에 대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아우트라인이 다이내믹하다
-재규어, 마세라티, 벤틀리
둘째, 정원형이다
-벤츠, 아우디
사실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한번 더 밝혀두지만 나는 자동차 알못이다.
그렇게 심심해서 바꿔본 현대차 로고의 정원형 버전
처음에는 만드는 나도 어색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작업해도 마음에 드는 형태가 쉽게 나오지 않아 역시 타원이 짱인가 하며 때려치우려던 찰나 나름의 형태가 잡혔다. (작업 시간 15분 컷)
로고 디자인은 디테일이 생명이지만 디테일은 싹 다 무시했다. 특히 동그라미와 H의 두께 차이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밸런스가 적절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왠지 해리포터가 생각나기도 하고... 기존의 h 알파벳의 위아래가 길어지면서 샤프해진 느낌이다. 더 빨리 달릴 것 같다. 정확히는 전기차에 무척 어울려 보인다. 그래서 목업까지 시도 해 봤다.
오.. 나쁘지 않은데? 나는 정원충이기에 타원보다는 정원형의 현대차 로고가 마음에 든다.
예상대로 전기차와 찰떡이다. 지인 한 분 중 반응은 중국차 같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했던 "왜 현대차는 타원형인가"에 대한 제품 디자이너 지인의 답변.
제품 디자인은 작업을 할 때 제작 단가에서 자유롭지 못한다고 한다. 어떤 디자인이 어떤 모양으로 정해진 데는 단가의 이유가 크다고. 특히나 자동차처럼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제조업은 공정 과정에서 디자인이 결정되는 변수도 너무나 많다고 한다. 역시 돈인가.
이상 15분 로고 리디자인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칼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디자인에 대한 저의 생각과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가벼운 것들을 가볍게 풀어쓰고 싶어요. 그래서 가볍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