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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어리 Mar 14. 2022

책을 출간해도 서점에 안 보이는 이유

"검색은 되는데 보이질 않아요…."

저자명에 이름 석자를 새긴 책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신기한 마음에 인터넷에 자기 이름과 책 제목을 입력하고 검색해봅니다. 인터넷 서점에도 들어가서 본인 책을 찾아봅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기약 없는 투고 메일 답장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애 태웠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계약서에 사인한 날부터 다시 10개월. 매일 밤 걱정과 불안으로 빚어낸 책이 검색 창에 뜹니다. ISBN 번호가 붙은 나만의 책!


직장을 다니면서 항상 남이 시키는 일만 하다가 비로소 '내 손으로 만든 나의 것'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기쁨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출간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SNS에 포스팅하는 일이 영 쑥스러웠습니다. 부끄러운 감정 다음에는 호기심이 찾아왔습니다. 저희 동네 ㅇㅇ문고 신간 코너에도 정녕 저의 책이 있을까요? PC방에 드나드는 중학생보다 더 자주 집 앞 서점을 들락날락거리는 저였기에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해서 물어보거나 인터넷에서 도서 검색을 해보면 되지 않냐고요? 과몰입러이자 의미 부여를 즐기는 성격이기에 결과를 바로 알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직접 가서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고 기념사진도 찍고 싶었지요. 자기 계발 서적으로 분류되는 저의 책은 아마 'H8 자기 계발 신간' 코너에 놓여있겠지요. 하도 서점을 많이 다니니까 이제는 눈을 감고도 배치도와 동선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기 집 앞 서점에 진열된 본인의 책을 발견한다는 건 얼마나 뜻깊은가요.  떨리는 심정으로 도서 검색대 앞에 서서 책 이름을 검색했습니다.


좀 이상한데요. 검색은 되는데 매대에 책이 없습니다. 벽서가 구석에 다른 책들과 함께 세로로 꽂혀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신간이 나오면 어떤 책이든지 통로 쪽 서가에 번듯하게 진열되어 있는 게 아니었나요? 다른 서점도 아니고 그렇게나 애정 하며 자주 가던 집 앞 서점에서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황한 표정을 마스크로 감추고 'H8 자기 계발 신간' 코너에 다시 가보았습니다.


어째서 새로 나온 도서인데 저의 책은 신간 코너에 있을 수 없는 걸까요. 고객 동선에 가깝고 표지가 잘 보이게 책이 누워있는 매대를 평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평대에 있는 책과 벽서가에 꽂혀있는 책은 무엇이 다른 걸까요? 인지도? 영향력? 훌륭한 내용?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보다 원초적인 정답은 근처에 계시던 서점 직원분한테 몇 번을 망설이다가 인사 겸 질문을 드린 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네, 정답은 바로 "책이 한 권 밖에 들어오지 않아서"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책꽂이에 있는 책은 한 권 또는 많아야 두 권인 반면에 평대에 눕혀져 있는 책은 최소 세 권 이상은 넉넉히 쌓여있더라고요. 결국 돌고 도는 이야기이지만, 제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이거나 SNS 팔로워 또는 유튜브 구독자가 몇 만 명이었다면 열 권, 못해도 다섯 권은 들어오지 않았을까요. 책만 출간하면 알아서 책이 팔릴 줄 알았던 초보 저자가 현실에 이마를 '쾅' 하고 부딪힌 그날부터 걱정이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쓴 책인데, 서점에서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팔 수 있을까요?


초보 저자 정어리의 조언 ①
책이 한 권만 입고되어 있으면 매대에 놓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많이 주문하지 않은 이유는..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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