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어리 Mar 15. 2022

책을 내고 깨달은 서점 입고의 3가지 진실

손님일 때 다르고 저자일 때 다르다

애써 출간한 책이 매대에서 실종되어 당황한 초보 저자는 서점 직원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봅니다.(지난 글 참고) 내 책이 평대가 아닌 벽서가에 꽂혀 있는 이유, 혹은 그곳 마저도 없는 원인은 재고 부족입니다. 결국 책을 주문하는 사람은 서점 담당자일 텐데요. 담당자가 저의 책을 알아서 주문해주지 않는 까닭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저는 조던 피터슨도 존 리도 아니니까요. 인지도가 0인 초보 저자라면 뭐라도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재고를 0권에서 1권으로, 여러 권으로 늘릴 수 있을까요?


손님일 때 다르고 저자일 때 다르다

마음 편하게 드나들던 서점에 저자로서 입장하려니 뭔가 을이 된 이 기분. 고객이 갑이라는 말은 아니지만요. "안녕하세요." 하고 말 한마디 건네기가 어렵습니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쪽은 자신감이 줄어드는 법이지요.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기 책을 소개하고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해야 하니까요.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는 결국 책 좀 입고해주시라, 매대에 놔달라는 뜻이고요. 게다가 부탁을 들어준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만약 제가 저자가 아니라 고객으로서 입고 신청을 하면 어떨까요? 서점에 찾는 책이 없으면 "입고 신청해드릴까요?"라고 종종 질문을 받잖아요. 당연히 신청할 수 있습니다만,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초보 저자 정어리의 서점 영업 망상편
저자로서 서점에 인사를 갔다가 입고를 거절당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잠시 숨을 고르고 뒤돌아 서서 다시 말하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ㅇㅇ>이라는 책을 찾고 있는 '고객'인데요~"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면 직원분은 당신이 찾고 있는 책을 주문해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실제로 하지는 마세요.)


입고한 만큼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서점에 찾아와 인사하는 저자를 쌍수 들고 반기는 직원은 없습니다. 서점 일은 잠시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거든요. 왜 찾아왔냐며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분도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습니다. 창피함과 어색함을 무릅쓰고 얼굴 도장을 찍은 다음 재고를 0에서 1로 만들었다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두 권, 세 권 주문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한편으로 살짝 걱정도 됩니다. 입고된 책이 팔린 만큼 자동 주문이 되고, 다시 팔리는 선순환 구조라면 머지않아 책은 신간 매대에서 베스트셀러 매대로 이사 갈 수 있겠네요. 반대로 재고는 들어왔는데 팔리지 않는다면? 불명예스러운 창고행과 반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서점 담당자도 시들한 반응을 보고 실망할 테니 참으로 우울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는 아이에게 떡을 준다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서점 직원은 항상 바쁘고, 책은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집니다. 알아서 세상이 나에게 잘해주길 바라지 말고 내가 세상에게 웃으며 다가가야 합니다. 배우 박서준이 충격적인 대머리 의사를 연기한 드라마 '내과 박원장'의 원작 웹툰에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내과를 개원했지만 파리가 날려 고민인 박원장이 선배 의사 '장사군'에게 비법을 배우려고 찾아가자 선배는 박원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 매일 자기 전에 "나는 의사가 아니다." "나는 장사꾼이다." 이거 3번씩 외우고 잘 수 있겠어?

저자가 되면 레드 카펫을 밟고 잘 차려진 북 토크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서점을 방문할 줄 알았던 저. "출판사에서 오셨어요?"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다짐합니다. '나는 영업사원이다.. 나는 영업사원이다.. 나는 영업사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서점을 돌아다니며 영업하는 일이 아주 조금의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지 아닐지 알 수 없습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여전히 내 책의 지점 재고는 0으로 남아있겠지요. 서점 영업은 0을 1로, 1을 2, 3으로 만들기 위해서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었습니다. 주말에 시간을 내고 약간의 차비를 들여 몸만 고생하면 되었으니까요. 다음에는 과연 서점에 찾아가서 누구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초보 저자 정어리의 조언 ②
신간이 나왔는데 서점에 책이 없다면? 저자로서 서점 담당자에게 당당하게 인사하고 책을 소개해보세요. 물론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고객일 때와 다르게 한 없이 쪼그라들더군요…. 170만 부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를 쓰신 이기주 작가님도 땅끝까지 서점 영업을 다니셨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단, 이렇게 영업을 다닌다고 해서 내 책도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전 01화 책을 출간해도 서점에 안 보이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