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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어리 Mar 18. 2022

퇴근 후 서평단 운영하기의 모든 것

끝 없는 택배 박스와의 사투

서평단을 한다더니 독립출판을 하고 있네.

누군가 서평단을 운영할 당시의 제 방 꼬락서니와 저의 모습을 본다면 이렇게 이야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책을 쓸 때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부자재를 박스채로 주문해서 밤마다 포장하고 라벨지를 붙입니다. 현관문 앞에 택배 박스가 6층으로 쌓여있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저자인지, 독립 출판인인지, 스마트 스토어를 하는 사람인지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혹시 책을 주문할 때 실수로 0 하나를 더 붙인 게 아닐까요? 똑같은 책을 시키면서 건건이 작은 상자 여러 개로 나눠 주문할 일은 또 무엇인가 싶습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택배 아저씨가 욕을 했을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게 다 독자 분들을 위해서 벌인 일입니다. 출판사 사은품인 스마트폰 그립톡은 온라인에서 한 권씩 주문해야지만 받을 수 있거든요.(여러 권 주문이 가능하도록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SNS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이벤트라는 이유로 더욱 특별하게 하려는 욕심이 화근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서평단 이벤트 이미지부터 손수 제작하고 프로필 링크에 네이버 폼 설문조사를 연결해서 신청자를 받습니다. 엑셀로 추출한 연락처를 정리하고 나니 갈길이 아득합니다.


먼저 책 표지 뒷장에 소포를 받으실 분의 성함과 사인을 합니다. 설문조사로 수집한 신청자별 맞춤 멘트를 적어드립니다. 책 제목이 <같이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인데 자기는 혼자 있고 싶지 않으니 <같이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고 싶지 않은 ㅇㅇ님>으로 적어달라는 분. 저희 집 고양이 발도장을 찍어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급하게 아기 발도장 키트를 검색해봤지만 당장 하루 이틀 동안 구할 방법이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다양한 고객 취향을 고려해서 사인본을 준비합니다.


초보 저자 정어리의 조언 ⑦
저자로서 책에 사인을 하는 상상만 하던 그날이 와도 걱정. 아직까지 그럴싸한 사인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급할 때는 사인 제작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전용 사인을 제작한다 한들 절대적인 연습량이 부족한 이상은 똑같이 그릴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낭패를 볼 경우를 대비해서 사인을 본뜬 고무도장을 추가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사인해주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닌데"라는 말은 여기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눈물) 일련의 과정이 골치 아픈 사람은 차라리 배우 박해일 님처럼 정직한 글씨체로 사인하는 방법도 나름 임팩트 있습니다.


자극에 민감하고 섬세한 내향인을 위한 책인 만큼, 제가 주변이 시끄러울 때 종종 애용하는 소음 차단 방법을 독자분들도 체험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귀마개를 준비했습니다. 제 취향을 반영해서 엄선한 톰과 제리 엽서까지 동봉. 당시엔 내심 뿌듯한 마음에 '서평단 키트' 안내 카드 뉴스까지 만들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보잘것없군요. 인생 첫 책 서평단 모집에 한걸음에 달려와주신 분들에게는 여전히 감사하는 마음 한 가득입니다.


가운데가 출판사에서 마련해준 스마트톡(그립톡), 여기에 저만의 의미를 부여한 귀마개를 담았습니다.


에어캡 봉투에 붙이는 라벨지에는 저희 집 고양이 사진과 캐릭터 일러스트를 담아 장식했습니다. 처음 신청자를 모집하면서 제일 설렜던 사람은 저였던 것 같습니다. 서평단을 희망하는 분들은 모두 저와는 생면부지이지만 표지 뒤에 각각 맞춤형 메시지를 적어드리면 이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죠.


포장하는 일은 은근히 매우 번거롭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힘들면 그냥 서점에서 바로 보내세요 제발..


말이 스무 권이지, 직장인이 퇴근 후에 시간을 내서 일일이 메시지를 적고 사인하고 도장 찍고 주소 라벨링 해서 포장까지 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택배를 보내기로 마음먹은 주의 목요일 밤까지는 일을 마쳐야 합니다. 회사일을 하면서 우체국 택배를 보낼 수 있는 때는 금요일 점심이 기한이니까요. 손이 많이 가는 일을 해야 할 때일수록 꼼꼼한 성격은 마냥 좋지많은 않습니다. 때로는 수면부족을 초래하는 독이 됩니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잠도 못자고 새벽까지 포장하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


초보 저자 정어리의 조언 ⑧
서평단 책 발송이 코앞인데 아직 책을 주문하지 않았다면 가장 빠른 온라인 서점에서 택배로 주문하세요. 2021년 10월 기준, 서울시 송파구로 책을 주문했을 때는 알라딘 양탄자 배송 > 예스24 당일 배송 > 교보문고 배송의 순서로 빨랐습니다.


사실 저는 환경 다큐멘터리를 종종 봅니다. 인류세, 플라스틱 문제와 산림 파괴를 다룬 글도 많이 읽어봤습니다. 바디워시 대신 비누를 씁니다. 그러면 뭐하나요. 저처럼 탄소발자국 만렙으로 서평단을 운영하면 어디 가서 환경 보호에 관심 있다는 말도  꺼냅니다. 부디 환경을 생각하는 저자라면 미련하게 저를 따라 하지 마시길. 출판사와 충분한 협의 하에 미리  사인본과 선물을 제대로 준비해서   배송으로 끝나도록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무야 미안해..


초보 저자 정어리의 조언 ⑨
대량의 택배를 보낼 때 라벨 프린트를 활용하면 편하듯이 급하게 우체국 택배를 보낼 때는 인터넷 우체국에서 창구 소포 접수(사전 접수)를 이용하면 좋습니다. 홈페이지(parcel.epost.go.kr)에서 엑셀 양식을 다운로드 해서 일괄로 정보를 입력한 다음 업로드하면 접수가 쉽습니다. 보낼 택배가 3개 이상이면 할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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