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자의 망한 이벤트가 궁금하다!
책을 내고 가만히 앉아서 좋은 결과 기다리기. 인지도 없는 초보 저자가 망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서점 영업은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홍보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온라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독서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요즘이라지만 SNS에 독서 인증을 올리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매달 몇십 권씩 독서하고 서평을 올리는 헤비 리더들이 득실득실한 곳,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입니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은 분량이 짧기 때문인지 새 게시물을 올리는 빈도도 어마어마합니다. 바로 여기가 초보 저자가 책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중요한 전장입니다.
네? 출판사에서 만들어준 카드 뉴스 몇 장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SNS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잘 나간다는 유명 저자 중에 남이 만들어 준 홍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클립아트와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레이아웃으로는 눈에 띄는 인상을 남길 수 없으니까요. 모든 게 처음이라 쉽지 않더라도 초보 저자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합니다. 벤치마킹도 좋지만 따라 하는 건 적당히 하면서 '이 사람 뭐지?' 하는 자신만의 독특함이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자기 책이 좋다고 자화자찬하기가 낯 뜨겁다고요? 예.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고작 그런 이유로 자뻑하지 않았던 제 자신을 찾아가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습니다. 친구나 글쓰기 모임 멤버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는 것도 부끄러운데 하물며 가격표를 붙여서 시장에 내놓는다는 게 어찌나 부담스럽던지요. 한발 더 나아가 SNS에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을 질끈 감고 싶어 지지요. 출판의 세계에서는 이런 겸손함은 약간만 지나쳐도 독이 됩니다. 돌이켜보면 블로그에 사전 연재를 하지 않았던 것,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책 내용을 조금씩 떼어 지속적으로 올리지 않았던 것 두 가지가 아쉽습니다.
초보 저자 정어리의 조언 ⑪
예비 저자 여러분, 차기작을 준비하시는 대기만성형 작가 여러분. 브런치에서 '내 책이 많이 팔리지 않은 이유' 따위의 분석 글을 올리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SNS에 본인의 책 내용을 호떡 반죽 빚듯 조금씩 조금씩 동글게 말아서 보기 좋게 올리시기 바랍니다. 아직 출간 전인데 출판사에서 사전 홍보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면, 아마도 너무 바쁘기 때문일 수 있으니 먼저 한 번 문의해보세요. 출판사는 여러분의 책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고 있어서 연락이 없는 게 아니라, 단지 다른 일로 너무 바빠서 잠잠한 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마저 가만히 있으면 곤란합니다.
차선책으로 제가 선택한 방법은 크고 작은 소소한 이벤트입니다. 이마저도 예상치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첫째, 서평단 신청이 생각보다 저조했습니다. '책을 무료로 보내주는데… 무관심?!' 30명 모집을 목표로 자신만만했던 서평단 신청 이벤트는 마감일까지 18명에 그치면서 저를 초조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한 번에 많이 모으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간격을 두고 끊어서 모집하면 좋습니다. 둘째, 베스트 리뷰 이벤트에도 생각보다 큰 관심이 없습니다. 출간 후 처음 한 달간 쌓인 리뷰 중에 1등은 텀블러, 2등은 다섯 명을 뽑아서 커피 기프티콘을 드린다고 SNS에 공지해도 무덤덤. 상품이 너무 약소했던 탓인지 반성해봅니다. 앗차차, 저는 인기 작가가 아니란 사실을 또 깜빡했군요.
지금까지 시도한 아이디어 중 '서점 방문 인증샷' 이벤트는 가장 반응이 처참했습니다. 서점에 진열된 저의 책을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해시태그를 달고 저자를 태그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커피 기프티콘을 드리는 기획이었습니다. 수량은 무려 3달 동안 매달 30잔. 미치려면 제대로 미쳐야 성공한다는 생각에 미친 척 실행했습니다. 결과는 속된 말로 X같이 망했습니다. 세 달 동안 인증샷을 올린 사람은 단 1명뿐이었거든요. 좋아요 235명, 댓글도 16개나 달렸었습니다. "서점 가면 책을 찾아보겠다.", "멋지다.", "도전하러 간다.", "너무 통이 크다."는 댓글들은 뭐였던 거죠. 저자에겐 관심을, 서점에는 방문객을, 예비 독자에겐 커피를 선물하는 '트리플 혜택 이벤트'라고 내심 뿌듯해했었는데 어떻게 이토록 반응이 저조할 수 있는지….
초보 저자 정어리의 조언 ⑫
야심 차게 준비한 이벤트가 망했나요? 심심한 위로와 함께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때리지는 마세요. 이것으로 당신은 진정한 어른 저자로 거듭났습니다. SNS에서의 관심과 응원, 격려는 현실에서의 후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혜를 깨달은 자만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조언을 덧붙있다면 SNS에서 이벤트를 할 때는 '이렇게 간단하면 뭐하러 하나' 싶을 정도로 참여 조건을 덜어내고, 또 덜어내세요.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서 땅을 치며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요.
필요한 건 긍정과 용기, 좌절하더라도 털고 일어나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는 근성입니다. 책을 공짜로 준다는 데도 거절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을 보며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필요하지도 않은데 자꾸 뭔가를 주겠다며 권하는 이들의 손길을 얼마나 많이 뿌리치고 피했나요? 인과응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이 원래 이렇습니다. 좌절하고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어깨 툭툭 등짝 팡팡! 해야 할 일을 다시 하는 겁니다. 한숨 나오는 악조건 속에서 독자 한 명에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마침내 닿는다면 그래도 계속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저의 뼈아픈 폭망이 누군가에겐 위안이, 다른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길.
초보 저자 정어리의 조언 ⑬
SNS를 키우고 책을 내야 할까요? 책을 내고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게 좋을까요? 출간하기 전에 SNS를 키우는 게 훨씬 판매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저자 스스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는 SNS 활동을 즐겁게 할 수 없습니다. 회사 업무에 이은 또 다른 일을 하는 기분에 피로감만 증가하지요. 어쩌면 빨리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버리는 게 몸 건강과 마음 건강에 이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아웃이 일찍 찾아오는 것보다는 낫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