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과 도네이트

여전히 적응 안돼

by 둥댕멈

우리는 장사를 하고 있다. 샵에서 나오는 병과 캔도 많았지만 락다운으로 집에서 쉬면서 먹은 캔과 병이 집 옆 마당에 넘치고 진입로까지 넘어오기까지 못 가고 쌓아 두었다가 최근에 다 쿠폰으로 바꿨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 못해 집에서 많이들 마시고 먹고 했기에 장사를 하지 않아도 병과 캔을 바꾸러 많이들 왔다. 날씨도 오락가락해서 2주 내내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비 맞으며 병과 캔을 바꾸기도 하고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이미 캔을 거두는 통이 꽉 차서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 고생해서 바꾼 바우처들은 유용하게 생활에 쓰이곤 한다. 몇 시간 며칠을 거쳐서 바꾼 것들이기에 더 소중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여름이라 생기는대로 바로바로 쿠폰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는지 오늘 부트(트렁크)에 꽉 찼기 때문에 바로 바꾸고 오겠다고 하는 내 짝. 그가 오늘 집에 와서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오늘도 갔더니 어떤 사람이 우리가 보통 가지고 가는 봉지 12개 이상을 갖고 와서 먼저 하고 있더라. 기다리는데 너무 힘들고 짜증도 나고 빨리 했으면 좋겠다. 하는데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오는 거야. 그 사람은 30개 정도밖에 없었던 거 같은데 기다리기 싫었는지 앞에서 하던 사람한테 주고 가더라고. 근데 받는 사람은 고맙다고도 안 하길래 참 이상하다 싶었어. 행색이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빨리 하고 가라 하며 계속 쳐다봤거든. 근데 그 사람이 말이야. 바우처로 교환을 하지 않고 그 걸 전부 다 도네이트 하더라. 80불도 넘었는데. 이 더운 날 힘들게 하더니........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어."

"진짜 사람 겉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 그렇지? 늘 가진 게 많아서 도움 주고 봉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정말 쉽지 않네."


평소의 나 같으면 버튼 잘못 누른 거 아니야? ㅋㅋㅋ 라던가 영어 모르는 거 아니야? ㅋㅋㅋ 하면서 장난을 쳤을 법도 한대 참 이상하고 따뜻한 일이어서 그랬는지 그런 저렴한 대응은 다행히 나오지 않았다. 80불이 넘었으면 그건 거의 1000개에 가까운 병과 깡통을 들고 온 것이다. 종종 인식이 되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다.

오늘 그에게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매번 봉사하러 가고 싶다. 작게나마 뭐라도 하자라고 말하지만 정말 쉽지가 않다.

미니멀리즘 하자고. 집에 물건 이라도 나는 안 쓰지만 누군가는 쓸 수 있을 거 같은 것들을 정리해서 보내자고 한 것도 올해 초에 나온 말인데 쏙 들어갔다. 그저 한 달에 100불 아이들 후원해주는 걸로 만족하며 하루빨리 빚을 갚고 집을 사자고 하는 게 각박한 현실에서는 이상하지 않은 말이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게 참 이상하다. 아직 정말 뜻깊은 봉사나 나눔을 하지 않은 탓인 걸까? 끝없는 물욕을 잠재우며 사는 것만으로도 벅찬 삶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케 하는 하루였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내게도 그런 기쁨을 누리는 날이 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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