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입니다 (1편) - Part6

치자꽃은 밤에 핀다.

by sarihana

6장: 최진혁 검사


새로운 증거, 즉 '이선우'라는 이질적인 조각을 손에 쥔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검찰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증거를 은폐하거나, 이선우 측이 우리보다 먼저 손을 쓰기 전에 정면으로 부딪혀야 했다. 나는 박수진 변호사가 정리한 서류철을 들고 대검찰청으로 향했다.


대검찰청 복도에 들어서자, 나는 익숙한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십 년 전, 나를 짓눌렀던 바로 그 냄새. 차가운 권위와 성공의 오만함이 뒤섞인 냄새였다. 최진혁 검사실 앞 복도는 그의 권위를 보여주듯 바쁘고 활기찼다. 수사관들은 나를 벌레 보듯 쳐다봤고, 입구에서부터 제지당했다. 나는 소란을 피울 생각은 없었다. 그저 복도 한가운데 멈춰 서서, 마치 거대한 성벽 아래 깃발을 든 병사처럼, 최진혁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다른 검사들과 웃으며 복도를 걸어오던 최진혁이 나를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표정에는 '감히 국선 따위가 여기까지 왜?'라는 경멸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동료들을 먼저 보내고, 팔짱을 낀 채 내게 다가왔다.


"권도윤 변호사,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할 말 있으면 서면으로 제출해."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들고 있던 서류철을 그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 첫 페이지에는 '엘리시움 정신 클리닉'의 로고와 함께 강지혜, 안희연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다음 장에는 이선우의 사진이 있었다.


최진혁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서류를 낚아채듯 받아 들고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조소가 사라지고, 날카로운 경계심이 떠올랐다.


"이게 뭐지? 이런 시시껄렁한 음모론으로 재판을 흔들어보려는 수작인가?"


"수작인지 아닌지는 최 검사 자네가 더 잘 알겠지. 이걸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자네의 완벽한 그림에 너무 큰 얼룩이 생기지 않나?"


최진혁은 서류를 탁, 소리 나게 덮었다. 그는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더니, 나를 아무도 없는 비상계단으로 끌고 갔다. 육중한 철문이 닫히자, 우리의 공간에는 싸늘한 정적만이 흘렀다.


"권도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넌 여전히 진흙탕에서 뒹구는 걸 좋아하는군." 그가 십 년 전, 나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그 사건을 정확히 끄집어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이선우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 없어.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


"그 알리바이라는 게 아버지가 만들어준 거라면?"


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최 검사, 자네야말로 너무 쉬운 길로 가려는 거 아닌가? '정원사'라는 프레임에 김민석을 끼워 맞추면 스타 검사가 되는 건 시간문제겠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범인을 놓치고 있다면? 자네의 그 불타는 정의감이, 사실은 공명심의 다른 이름은 아니고?"


"닥쳐!"


최진혁이 내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덤벼들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국선 주제에 진실을 논하지 마! 네놈 같은 변호사들 때문에 진짜 악마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거라고!" 그의 외침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 속에는 깊은 상처와 좌절감이 묻어 있었다. 어쩌면 그는 과거에 자신이 놓친 범죄자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정원사'를 반드시 잡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자네 같은 검사들 때문에, 억울한 사람들이 악마의 탈을 쓰기도 하지. 이 증거, 법정에서 공개하기 전에 경고하러 온 거야. 지금이라도 공소장을 수정하고 수사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그렇지 않으면 법정에서 망신당하는 건 내가 아니라 자네가 될 테니까."


나는 그의 손에 들린 서류철을 툭, 치고는 돌아섰다. 비상계단 문을 열고 나오자, 환한 복도의 불빛이 눈을 찔렀다. 등 뒤로 최진혁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홀로 남은 최진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서류철을 내려다보았다. 이선우의 오만한 얼굴 사진이 그를 비웃는 듯했다. 그는 주먹으로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내리쳤다. 그의 머릿속에, 권도윤의 말이 악령처럼 맴돌았다. '자네 같은 검사들 때문에...' 그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나 최진혁인데. 이선우 실장 알리바이, 다시 한번 체크해 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나는 그의 완벽한 서사에, 지울 수 없는 균열을 남기고 돌아왔다.


우리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가진 것 없는 국선 변호사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검사. 모두가 내 완패를 예상하겠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나는 이제 내가 이 싸움을 왜 시작했는지 분명히 알았다. 김민석을 위한 것도, 정의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이 거대한 괴물 같은 시스템 앞에서, 비록 한 명의 작은 국선 변호사에 불과할지라도, 나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기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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