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입니다 (1편) - Part8

치자꽃은 밤에 핀다.

by sarihana

8장: 그림자 속의 남자


이선우. 유력 대권 주자인 이병권 의원의 외아들. 그는 법의 보호가 아닌, 권력의 성채 안에 숨어 있었다. 우리 같은 국선 변호사가 그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공식적인 소환이나 면담 요청은 그의 아버지 비서실에서 가볍게 묵살했다. 그는 유령이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그림자.


"직접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의 동선을 알아내기 위해 며칠간 사설탐정처럼 그의 주변을 맴돌았고, 결국 그는 매주 목요일 밤, 청담동의 한 프라이빗 재즈바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그곳의 공기는 내 사무실의 눅눅한 절망과는 전혀 다른 밀도를 가졌다. 부드러운 재즈 선율, 값비싼 가죽과 위스키 향, 그리고 모든 것을 가졌기에 나른하고 오만한 자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들은 법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었고, 나는 법의 가장 낮은 곳에서 뒹구는 자였다. 허름한 정장 차림의 나는 입구에서부터 제지당했다. 나는 경호원에게 막무가내로 소리치는 대신, 조용히 이병권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말했다.


"이선우 실장님께 전해주시죠. 안희연 씨 사건 담당 변호사라고. 지금 만나지 않으면, 내일 아침 신문 1면에 실장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될 거라고."


협박은 통했다. 잠시 후, 나는 재즈 선율이 흐르는 바 안쪽, 가장 구석진 VIP 룸으로 안내받았다. 이선우는 최고급 위스키가 담긴 잔을 흔들며, 오만한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당신이군. 내 주변을 성가시게 맴도는 벌레가."


그의 목소리에는 태생부터 모든 것을 가져본 자의 여유가 묻어났다. 나는 그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안희연의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안희연 씨, 이선우 실장님과 아주 깊은 관계였다더군요. 실장님의 미래에 아주 큰 위협이 될 만큼."


그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그 여자가 죽은 게 내 탓이라는 소설이라도 쓰려는 건가? 멍청한 국선 변호사 양반. 나한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


"그 알리바이, 아버님께서 만들어주신 것 아닙니까?"


내 직설적인 한마디에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그가 쥐고 있던 위스키 잔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그의 눈빛에서,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불안감을 읽었다.


"안희연 씨와 강지혜 씨. 두 사람 모두 '엘리시움 정신 클리닉'에서 실장님과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실장님을 협박할 만한 비밀을 알고 있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정원사'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이건 너무 정교한 우연 아닌가요?"


"당신... 대체 뭐야!"


그의 여유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짚고 서서 나를 위협적으로 내려다보았다. "네까짓 게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여! 너 같은 놈 하나, 변호사 자격 박탈시키고 이 바닥에서 매장하는 거, 우리 아버지한텐 일도 아니야!"


나는 그의 분노 앞에서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의 격한 반응이야말로 내가 원했던 증거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넥타이를 고쳐맸다.


"물론 그러시겠죠. 하지만 좋은 이야기는 한번 세상에 나오면, 아무리 아버님이라도 다시 상자 안에 담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대중에게는 '질투에 눈먼 연인의 비극'보다는 '권력자의 아들과 의문의 죽음'이라는 이야기가 훨씬 더 흥미로울 테니까요."


나는 명함을 그의 앞에 던져두고 룸을 나섰다. 등 뒤로 위스키 잔이 벽에 부딪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를 빠져나와 차가운 밤공기를 마셨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거대한 성벽에, 지울 수 없는 균열을 내고 돌아왔다. 나는 곧장 공중전화로 달려가, 아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부장, 특종 하나 물어줄까? '정원사' 사건, 새로운 국면이야. 유력 정치인 아들 이름, 내일 아침에 터뜨릴 수 있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기자의 흥분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떤 정의감도 느끼지 못했다. 대신, 건조한 숲에 불씨를 던지는 방화범의 차가운 희열을 느꼈다. 나는 정면으로 싸울 수 없는 적의 성채에, 통제할 수 없는 불길을 지른 것이다. 이제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진흙탕 싸움에서, 기꺼이 가장 더러운 돌멩이가 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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