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입니다 (1편) - Part9

치자꽃은 밤에 핀다.

by sarihana

9장: 망상 기록


이선우를 만나고 돌아온 다음 날, 세상은 우리가 던진 돌멩이에 맞아 요동치고 있었다. 내가 흘린 정보는 정확히 아침 신문 사회면 톱기사로 터져 나왔다.


[단독] '정원사' 사건, 유력 정치인 아들 연루 의혹… 제3의 인물 급부상.


사무실은 개소 이래 가장 활기찬 아침을 맞았다.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렸고, 평소 우리를 무시하던 법조 출입 기자들까지 사무실 앞에 진을 쳤다. 박수진 변호사는 밤을 샌 얼굴이었지만 눈은 총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선배님, 여론이 뒤집히고 있어요! 김민석을 동정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거대 권력의 희생양이라는… 저희가 짠 프레임이 정확히 먹혀들었어요!"


그녀의 흥분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라는 단어의 단맛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최진혁 검사는 언론의 집중포화에 정신이 없을 터였다. 나는 그의 완벽한 그림에 흠집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의 힘을 빌려 그 그림을 찢어버린 것이다.


"들뜨긴 일러." 나는 짐짓 차갑게 말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돼. 박 변호사, 김민석의 개인 파일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훑어봐. 그의 평범함, 그의 연약함을 증명할 만한 사소한 거라도 좋아. 일기든, 친구와 나눈 메시지든. 법정에서 그를 완벽한 피해자로 만들어야 해."


나의 말에 박 변호사의 얼굴에서 잠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우리가 진실이 아닌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끼는 듯했다. 그녀는 말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 김민석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을 켰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사무실의 들뜬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고개를 돌리자, 박수진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마시던 커피잔이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커피 얼룩이 마치 핏자국처럼 바닥에 번졌다. 그녀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박 변호사? 왜 그래?"


그녀는 내 말에 대답 없이, 유령에 홀린 사람처럼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 화면을 가리켰다. 나는 그녀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그 파일을 마주했다.


그녀는 김민석의 평범함을 찾기 위해, 삭제된 파일 복구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노트북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주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암호화된 파일을 발견했다. 암호는 허무하게도, 네 번째 희생자 안희연의 생일이었다. 파일의 이름은 '망상 기록.txt'.


파일을 열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그것은 소설 형식의 글이었지만, 내용은 소설이 아니었다.


[발췌: 망상 기록 - 첫 번째 정원]
선택. 비 오는 밤, 그녀는 우산도 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세상의 모든 색이 빗물에 씻겨 내려간 무채색의 도시에서, 그녀의 붉은 코트만이 유일한 색이었다. 나는 그녀를 나의 첫 번째 꽃으로 선택했다. 이것은 충동이 아니다. 혼돈의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나의 의지다.
관찰. 며칠간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습관, 그녀의 동선, 그녀가 듣는 음악, 그녀가 마시는 커피. 나는 그녀의 신이 되어 그녀의 모든 것을 알아갔다. 그녀는 내가 설계한 무대 위에서 위태롭게 춤추는 발레리나일 뿐. 곧 막이 내리고, 관객은 나 하나만 남을 것이다.
정화. 그날 밤, 나는 그녀의 세상에 들어섰다. 낡은 자물쇠는 내 손안에서 맥없이 부서졌다.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은 천사 같았다. 곧 이 아름다운 조각상에 생생한 공포를 조각할 생각을 하니, 참을 수 없는 환희가 밀려왔다. 내가 그녀의 목에 손을 올렸을 때, 그녀가 눈을 떴다. 아, 그 눈빛. 불신과 혼란이 순수한 공포로 변해가는 그 경이로운 순간. 나는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쉬이... 괜찮아. 넌 이제 영원히 아름다울 수 있어." 나는 완전한 고요 속에서 나의 첫 작품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준비해온 가장 희고 깨끗한 치자꽃 한 송이를, 아직 온기가 남은 그녀의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나의 첫 번째 정원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단순한 범죄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원사'의 첫 번째부터 세 번째 범행까지, 범인이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세밀한 정보들과 그의 뒤틀린 심리가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게 묘사된 완벽한 범행 일지였다.


"변호사님..." 박수진 변호사가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김민석이... 진짜 '정원사'였어요."


나는 서늘한 모니터 불빛을 받으며, 사무실 벽에 붙은 나의 '전략'을 보았다. 이선우를 향해 뻗어 나간 붉은 실들, '모방범죄'라는 커다란 글씨. 그것은 정의를 향한 투쟁의 기록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악마의 도주로를 설계하고, 그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준 어리석음의 증거였다. 나는 내가 법정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진짜 작가는 내가 아니라 김민석이었다. 그는 나를, 이 거대한 연극의 가장 중요한 배우로 캐스팅했던 것이다.


나는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의뢰인의 손을 잡은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연기하며 게임을 즐기는, 진짜 악마의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나의 '승리'는 한낱 모래성이었을 뿐, 나는 이제 진짜 지옥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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