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입니다 (1편) - Part7

치자꽃은 밤에 핀다.

by sarihana

3부: 모방범

7장: 새로운 가설


검사실에서 돌아온 내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박수진 변호사는 초조하게 나를 맞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밤샘의 피로와 함께, 검찰청에서의 내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선배님, 어떻게 되셨어요? 최 검사가... 뭐라고 하던가요?"


"예상대로지, 뭐. 내 말을 음모론 취급하더군.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그의 눈이 흔들리는 걸 봤어. 우리가 제대로 된 곳을 찔렀다는 신호지."


나는 사무실 벽에 붙은 '증거의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김민석의 사진을 향해 촘촘히 꽂혀 있던 압정과 붉은 실들을 망설임 없이 뽑아내기 시작했다. 핑, 핑, 소리를 내며 붉은 실의 팽팽했던 긴장이 끊어졌다. 검찰이 쓴 견고한 서사가 해체되는 소리였다.


"지금부터 우리의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나는 벽의 중심에 이선우의 사진을 붙이고, 그와 세 번째, 네 번째 희생자 사이에 새로운 붉은 실을 연결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엘리시움 정신 클리닉'의 이름을 적었다. 사무실의 그림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바뀌었으니, 무대 장치도 바뀌어야 했다.


사무실 한편, 나는 먼지 쌓인 캐비닛에서 낡은 사건 파일 하나를 꺼냈다. 10년 전, 나에게 첫 패배와 함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서재하 강도살인 누명 사건'. 기록을 넘기던 내 손이 멈췄다. 당시 증거물 사진 목록에, 아주 희미하게 찍힌 꽃 한 송이가 있었다. 피해자의 피가 튄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기묘할 정도로 현장과 어울리지 않던 흰색의 작은 들꽃. 그때는 무심히 넘겼던 그 이질적인 조각이, 10년의 시간을 넘어 내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우연일까? 나는 파일 첫 장에 적힌 담당 검사의 이름을 보았다. '최진혁'. 소름이 돋았다.


"네 번째 사건은 모방범죄야." 나는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듯 말했다. "그리고 어쩌면, 세 번째 사건까지도. 진짜 '정원사'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살인만 저지른 후 잠적했을 가능성이 커."


나는 새롭게 재구성된 벽을 가리켰다. "이선우. 그는 자신의 스캔들이 터지는 것을 막아야 했어. 강지혜와 안희연은 그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걸 무기로 그를 압박했겠지. 그래서 그는, 혹은 그가 고용한 누군가가 두 사람을 제거한 거야. 그리고 이 도시를 공포에 떨게 하던 '정원사'의 시그니처, 치자꽃을 이용해 자신의 범죄를 위장한 거지. 김민석은? 질투심에 눈이 먼 연인이라는, 아주 클래식하고 편리한 희생양이었을 뿐이고."


내 설명이 끝나자, 박수진 변호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선배님, 하지만 이건... 너무 소설 같지 않나요? 명확한 증거도 없이, 저희가 또 다른 음모론을 만드는 건..."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진실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박 변호사, 자네 말이 맞아. 이건 소설이야. 하지만 잊지 마.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최진혁 검사의 공소장 역시, '김민석이라는 악마'를 주인공으로 한 한 편의 훌륭한 범죄 소설이라는 걸. 법정은 진실을 찾는 곳이 아니야.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하는 쪽이 이기는 무대지. 배심원들에게 어느 쪽 소설이 더 현실적인지 믿게 만드는 싸움이라고."


내 차가운 말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우리의 모든 전략은 단 하나의 목표를 향했다. '김민석의 무죄 입증'이 아닌, '이선우라는 더 강력한 용의자의 존재 부각'. 즉, 합리적 의심의 창조였다.


사무실 벽의 그림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김민석은 더 이상 그림의 중심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거대한 음모의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서 있는 희미한 형체일 뿐이었다. 그림의 한가운데에는, 이선우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감추려는 비밀이 검은 구멍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그 구멍을 향해, 나의 모든 것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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