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계절 Part4

길고양이 레오

by sarihana

제4부: 사라진 심장


입주민 과반수의 서명 덕분에, 관리사무소는 ‘1인 가구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반려동물’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주었다. 지민은 안도하며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예기치 못한 순간, 가장 연약한 존재를 통해 찾아왔다.


그날따라 레오가 종일 기운 없이 구석에만 웅크려 있었다. 정성껏 데워준 참치에도 입을 대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고, 차가운 진료대 위에서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민의 손은 차갑게 식어갔다. 김선우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을 보며, 그녀의 심장도 함께 내려앉았다. 검사 결과는 '급성 신부전'. 지민의 세상이 하얗게 멈췄다. 김선우는 며칠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며 그녀를 안심시켰지만, 지민은 자신이 레오의 아픔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몸서리쳤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아챘더라면….’ 후회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심장을 헤집었다.


밤늦게 병원에서 돌아와 텅 빈 집을 마주했다. 레오의 온기가 사라진 공간은 다시 예전의 차가운 회색 감옥이었다. 늘 그녀의 발치에서 잠들던 소파 밑은 공허했고, 창가에는 주인을 잃은 작은 밥그릇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숨 막히는 정적. 그때, 휴대폰 알림이 냉정하게 울렸다. 악성 댓글이었다. '고양이 팔아서 관심받으려는 거 역겹네.' '관심받으려고 동물 학대하는 거 아니냐?' 그 글자들이 독처럼 번져나갔다.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자기혐오와 죄책감을 정확히 꿰뚫는 비수였다.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았다.

과거의 어둠이 순식간에 그녀를 집어삼켰다. "역시 난 안 돼. 난 아무것도 지킬 수 없어." 협탁 서랍으로 향하는 손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얀 약통을 막 손에 쥐려는 순간,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이 담긴 그릇을 든 수진이 서 있었다. "소식 들었어요. 레오 괜찮을 거예요. 지민 씨가 이렇게 무너지면 레오가 돌아와서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이거 먹고 힘내요." 수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그녀의 곁에 앉아주었다. 지민은 수진이 건넨 따뜻한 죽을 한 숟갈씩 떠넘기며, 목이 메어오는 울음을 삼켰다. 혼자였다면 결코 이겨내지 못했을 밤이었다.


다음 날, 퉁퉁 부은 눈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레오가 사라지고 없었다. 간호사의 실수로 잠시 열린 케이지 틈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었다. 지민은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아픈 몸으로 어디로 갔을까. 이 차갑고 위험한 도시에서, 그 작은 아이가.


지민은 더 이상 울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수진에게 연락했고, 수진은 지민의 '회색 도시의 정원' 계정에도 글을 올려보자고 제안했다. 악성 댓글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두려웠지만, 레오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두려움을 눌렀다. 떨리는 손으로 레오의 사진과 함께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글을 올렸다. 병원 문을 잠그고 뛰쳐나가기 전, 선우는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생명을 살려야 할 손으로 한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죄책감이 무겁게 그를 짓눌렀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갔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글 아래로 수많은 응원과 제보가 쏟아졌다. 그때, 장문의 메시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1년 넘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그림을 보며 용기를 얻어 오늘 처음으로 동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방금, 작가님께서 올리신 레오와 닮은 아이가 저희 동네 공원 주차장 차 밑에 숨어있는 것을 봤습니다. 제발 레오가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민은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곳에, 정말 레오가 겁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었다. "레오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지민은 레오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닌, 기적과 감사의 눈물이었다. 그녀가 그림으로 세상과 나누었던 작은 온기가, 더 큰 온기가 되어 돌아와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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