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전하는 위로
가을의 문턱, 우리 빵집 바로 옆에 차가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유리와 메탈로 지어진 'AI 베이커리'였다.
개업일, 가게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들은 미래 연구소 같은 내부에 감탄했다. 키오스크로 빵을 주문하자, 로봇 팔이 오차 하나 없이 완벽하게 구워진 크루아상을 정교하게 포장해 내밀었다. 모든 과정은 조용하고, 빠르고, 위생적이었다. "줄 설 필요도 없고 너무 편하다.", "모양이 전부 똑같아. 신기해!"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그 풍경을 만족스럽게 지켜보던 주인 윤아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부동산 개발업자 최 이사였다. 그는 빵을 맛보기보다 가게 시스템을 훑어보며 말했다.
"아주 인상적이군요. 효율적이고, 현대적이고. 이 낡아빠진 동네에 꼭 필요한 가게입니다."
최 이사는 낡은 '시간의 빵집'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덧붙였다. "저런 비효율적인 가게들이 동네 발전을 가로막는 겁니다. 정리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의 말에서, 윤아는 자신과 같은 종류의 신념을 보았다. 그녀는 자부심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효율성은 고객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니까요."
최 이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정과 덤을 중시하다 결국 대형 마트에 밀려 문을 닫아야 했던 아버지의 초라한 과일 가게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그때 결심했다. 감성은 패배의 다른 이름이라고.
'시간의 빵집'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어느 날 오후, 단골인 지연이 AI 베이커리의 로고가 찍힌 커피 잔을 들고 머뭇거리며 들어왔다.
"죄송해요, 민서 씨. 오늘 면접 때문에 너무 바빠서… 저기가 훨씬 빠르긴 하더라고요."
그녀의 말은 악의가 없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애써 웃어 보였지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무너져 내렸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내가 틀렸던 걸까? 스승님은 과거에 사는 분이었을 뿐일까? 이 빠른 세상에서, 온기란 그저 사치일 뿐인가?'
그날 밤, 빵집에는 나 홀로 남아 있었다. 밖에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나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처럼, 과거의 나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완벽한 빵. 오직 그것만이 나를 증명해 줄 터였다. 나는 미친 듯이 반죽을 치대고, 오븐을 최고 온도로 과열시켰다. 오븐은 붉은빛을 토해내며 위태롭게 울부짖었다.
나의 절박함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었다.
'번쩍!'
창밖에서 섬광이 터지며, 가게의 모든 불이 일순간에 꺼졌다.
'텅-!'
오븐이 꺼지는 둔탁한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모든 것이 멈췄다. 오븐의 붉은빛이 서서히 사그라드는, 따뜻하지만 죽어가는 빛 속에서 나는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같은 시각, 윤아는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이 오차 없이 작동하는 것을 만족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로봇 팔이 막 케이크를 들어 올리는 순간,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지지직…' 하는 기계음과 함께 모든 것이 암전됐다. 로봇 팔은 케이크를 든 채 허공에 멈춰버렸다.
한쪽은 사그라드는 온기 속의 망연자실함이었고, 다른 한쪽은 차가운 암흑 속의 완전한 정지였다. 골목에 드리워진 두 개의 그림자는, 그렇게 잠시 시간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