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여. 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옵니까?
해외 출장길, 좁은 이코노미석은 늘 고역이었다. 유일한 위안은 다리를 뻗을 수 있고 자유롭게 일어설 수 있는 '통로석'이라는 작은 행운이었다.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덜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그 자리에 앉아, 나는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옆자리에는 점잖고 인자한 신사분이 앉아 계셨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만, 자리를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봐드려야 해서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하거든요."
그의 공손한 태도와 부모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자리 양보를 결정했다. 편안함은 아쉬웠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비행 내내 그는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부모님을 살피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손에 들린 성경책은 그 순간, 내 호의를 이용한 거짓의 상징처럼 느껴져 무겁게 다가왔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선의로 베풀었던 마음이 배신감으로 변하면서, '다시는 이런 상황에 속지 말아야지' 하는 방어적인 다짐이 생겼다.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씁쓸한 교훈이 머릿속을 스치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사람의 태도는 그저 그의 몫일 뿐, 내가 베푼 호의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고. 내 행동은 여전히 작은 선의로 남아 있으며, 그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주여.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