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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각

by 이선율

우리는 종종 우리의 삶이 크고 찬란한 행복의 서사가 아니라,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라는 것을 잊곤 합니다. 그 조각들은 일상의 틈새에서 불쑥 떠오릅니다. 시트러스 향처럼 상쾌하고 짧게 스쳐 가지만, 동시에 강렬한 잔상을 남기기도 하죠. 또는 특정한 이름, 어떤 시점의 햇살, 말없이 우리를 감싸던 공기의 질감 같은 것으로도 나타납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의식 속에 예고 없이 스며들어, 잠시 동안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어 줍니다.

그런데 그 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듭니다. 이 기억들은 누구와 함께 있었을 때, 어떻게 내 안에 심어진 것일까?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무엇을 했기에 나를 이렇게도 충만하게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나라는 사람은 대체 무엇을 그토록 좋아했기에 이토록 잔상이 강렬한지.


문득 떠오르는 행복의 조각들은 잊고 지냈던 순간들의 단편입니다. 시트러스 향기, 특정한 조명, 누군가의 이름으로 나타나죠. 인생이 즐겁지 않았다고 느끼지만, 이런 기억들이 불쑥 떠오를 때면 의아해집니다. 그 기억들은 누구와 함께였을까요? 이름 모를 그에게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어쩌면 그 답은 내 안에 있고, 이런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삶은 견딤만이 아니라 행복과 충만함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니까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 답은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 순간들을 받아들였고, 기억 속에 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겠죠. 비록 그 시절의 나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편린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불쑥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들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네 삶은 단지 견딤으로만 채워지지 않았어. 행복과 충만함도 존재했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어둠 속에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그 시절의 자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너는 꽤 잘 살았어. 그리고 지금도 잘 버티고 있어. 그 순간들을 내게 남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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