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한 파란색 맨투맨 긴팔 티셔츠에 검은 잠바, 검은 바지. 턱과 아랫뱃살이 둘다 두번 접혀있다. 지하철 맞은편 총각. 삼십대 정도 되어보인다.
아랫배는 불룩의 느낌을 넘어 그아래 조여진 벨트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개를 들이내밀었다. 귀에는 앙증맞은 흰색 이어폰이 끼워져 있다. 뭔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
그와 같은 역에 내렸다. 덩치에 맞지 않게 매우 잽싼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잠바 등판에 블랙 컴뱃이라는 영어가 적혀져 있다. 출렁이는 뱃살이 다부지다.
그가 잽싸게 계단을 오를때 왼손에 무언가 달랑 달랑 흔들린다. 쇼핑백에 담긴 스팸 세트다.
그것은 매우 소중해보였다. 12개 들이가 아니라 4개 들이였다. 백을 감아쥔 손가락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