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아프지마
처음 만났던것도 이맘때 였던것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심었던 것도, 수고스럽지 않게 잘 자라 주었던 것도.
아보카도 중 한 그루가 얼마 전 예고없이 찾아온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바싹 말라 수명을 다 했다. 항상 옆에 있고 항상 잘 해 주었기에, 어련히 잘 자라주겠거니 다른곳에 정신이 팔린 사이 푸릇했던 생기를 잃고 건들이면 바스락 부서질 정도로 메말라 버린 모습에 어쩔 줄 모르겠어 발만 동동 굴렀다.
손 쓸 방법이 없을까? 우유를 섞은 물도 줘보고, 바람을 막아줘봐도 가망 없어 보이는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이제 놓아주어야 하는것을 알면서도 아직도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곁에 두고 있는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인가보다.
아직은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그 동안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되새기며 안타까워하다 더 이상 할 수 있는것이 없다고 인정하고 잘 보내줘야겠다고 마음만 수십번 가다듬는.
길지도 짧지도 않는 세월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힘든 시기 함께 이겨내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