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천재는 우울하다.
한적한 낮의 지하철은 빠르게 어둠을 빠져나간다. 나는 방향을 바꿔 사람들을 구경했다. 마주 보고 있는 문의 창을 통해 졸고 있는 아저씨의 꾸벅꾸벅 거리는 머리, 뾰족한 구두를 살짝 벗어놓고 종아리를 주무르고 있는 앳돼 보이는 여자의 목에 걸린 사원증, 커다란 헤드셋을 낀 청년의 리듬을 타고 있는 감칠맛 나는 몸짓에 나도 따라 고개를 까닥였다.
"방해되잖아, 옆으로 비켜있던가."
출입문을 등지고 서있던 나에게 향한 나무라는 목소리에 뒤돌아 보니 그곳엔 레이가 서있었다. 레이는 멍하게 서있는 나를 무심하게 지나쳐 지하철 안쪽으로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쳐들었다.
레이가 펼쳐든 손바닥만 한 책엔 쇼펜하우어의 이름과 함께 얼굴을 캐릭터화 한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쇼펜하우어?"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천재는 우울하다.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나는 이름을 잘못 봤나 싶어 다시 한 번 레이의 손에 들린 책 표지를 살폈다.
"이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어."
레이는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체 대꾸했다. 그리곤 변명하듯 말을 붙였다.
"좋은 핑계거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