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녹이 슨 검을 쥐다
검객의 비애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한 때 열심으로 부지런히 갈아서
시퍼런 날이 선 검이
벌써 눈물로 녹이 슬었다.
나의 땀방울이 묻어난 검이
어느새 시뻘건 핏방울로 얼룩졌다.
20여년을 묵혀둔
생명처럼 아끼던 검 한자루,
검날은 녹슬어 광채가 안난다.
단지 장난감 칼이 되고 말았다.
검법을 가르쳐 주신 옛 스승은
날 두고서 정말 어디 가셨는고.
옛 스승의 가르침을 더듬어
검날을 다시 간다.
도복을 입고 띠를 두르며
띠에 검을 끼우고
손에 검을 꼭 쥐고서
검법을 눈물로 다시금 수련한다.
남몰래 걸어온 검객의 길,
고독 속에서 스승과 함께 하는 길이다.
스승의 후계자로 살아갈 때
나 역시도 스승의 길을 따라
후진들에게 스승의 뜻을 전해야 한다.
그게 스승에게 보답하는 것이다.
한 스승 밑에서
나와 함께 한 문하생들,
그들도 어디로 떠났는고?
형님동생으로 부르며 지냈는데
지금 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이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함께 다시 검법 수련에 정진해야 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