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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갱 Jan 14. 2022

현지인 친구를 사귀면 좋은 이유

어쩌다 호치민 마담 #3

현지인 친구들을 사귀면 좋은 이유는 대부분 외국인들에게 친절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꺼이 통역사를 자처하며 문화 전도사가 되어 그들 고유의 문화를 소개해주고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베트남어를 배워보니 말을 하는 것도, 알아듣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베트남어로 말을 해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일이 태반이어서 결국 영어로 소통하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이럴 땐 한국어(!)나 영어가 가능한 베트남어 친구가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메뉴판에는 없다


남편이 출장이라 아침에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오는데 베트남 친구들이 서툰 영어로 말을 걸었다. 둘째와 같은 반 친구들의 엄마들인 D과 H였다.


“오랜만이네. 아침 먹었어? 안 먹었으면 아침 먹으러 가자”


공복 상태이기도 했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가는 곳이 특별한 곳이 있을까 궁금했었던 차라 선뜻 그들을 따라나섰다. 평소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D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H의 빨간 스포츠카였다. 아이가 셋인 H는 아침마다 운전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후 픽업한다고 했다. H는 익숙한 솜씨로 좁은 골목을 날렵하게 요리조리 빠져나가더니 사덱 디스트릭트(Sadec District) 근처에 차를 세웠다. 사덱 디스트릭트는 예쁜 그릇을 파는 사덱 숍과 각종 편집숍, 공방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종종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이었다. 특별한 곳을 기대했었는데, 예전에도 와봤던 곳이라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친구들과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먹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주문을 하려고 하니 D가 직원에게 아침 메뉴가 뭐가 있는지 베트남어로 물어보더니 나에게 소개해주며 주문하라고 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없었던 메뉴인데, 심지어 메뉴판에는 그 메뉴가 없었다. 그날 재료에 따라 준비되는 아침 메뉴였다. 나 혼자 왔으면 기껏해야 커피에 반미나 샌드위치였을 텐데, 덕분에 아침부터 야채와 고기가 가득 든 쌀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꽤 오래 살았다고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퍼, 껌승, 반팃느엉 같은 음식들 외에는 피자나 스파게티 같은 서양식을 선호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베트남 친구 가족들과 북부지방- 하노이(Hanoi), 닌빈(Ninh Binh), 사파 등-으로 패키지여행을 가게 되었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들이 베트남 사람이어서 식사는 당연하게 모두 베트남식으로 제공되었다. 아이들은 당황했지만, 곧 요령이 생겨서 국물 요리가 나오면 쌀국수 사리나 밥을 국물에 적셔 먹는 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러던 중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베트남 친구가 쯩 치엔 팃 밤(Trung Chien Thit Bam, 다진 고기를 넣은 오믈렛)을 주문해주었다. 우리가 음식점에 가서 애들 반찬이 없을 때 계란 프라이를 주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그날 쯩 치엔 팃 밤과 쌀밥으로 실컷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아오자이 어디서 살까?


베트남에서 지내다 보면 일 년에 두어 번은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을 일이 꼭 생긴다. 국제학교는 베트남 전통을 존중하며 뗏(설)이나 쭝투(추석)같은 베트남 전통 명절에는 큰 행사를 준비하는데 그때는 아오자이 또는 노란 별이 있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등교를 해야 한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빨간 티셔츠보다는 아오자이가 보기 좋았는지 아오자이를 꼭 입어야 된다고 해서, 그때마다 아오자이는 벤탄시장이나 온라인으로 구입해야 했다. 아이들은 계속 자라기에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 아오자이를 사러 시내에 나가야 했다. 아오자이를 맞춰 입는 경우도 있지만, 1년에 두세 번 정도 입는 옷이라 대부분 기성품을 구입했고, 한국 엄마들은 유명한 벤탄 시장에서 산다고 했다. 나도 첫해엔 벤탄 시장에서 샀었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지 궁금해져서 또 D에게 물어봤다.


“D야, 아오자이 어디서 사면 좋을까?”

“내가 사는 데가 있는데, 길에서 파는 아오자인데, 가격도 싸고 예뻐서 우리 아들은 매년 거기서 사. 우리 집 근처니까 내가 데려다줄게.”


그렇게 또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서 길거리 좌판에서 파는 아오자이 가게로 갔다. 벤탄에서 파는 아오자이와 디자인은 비슷했는데, 가격은 한 벌에 16만 동(약 8천 원 상당)으로 훨씬 저렴했다. 벤탄에선 아오자이가 40만 동(2만 원 상당)에서 60만 동(3만 원 상당) 정도였다. 두 벌을 고르니 D가 집에 가서 입혀보고 맞으면 그때 돈을 내겠다고 주인에게 말했다. 좌판에서 파는 가게인데다 가격도 저렴해서 안 맞으면 다른 친구 줄 생각으로 돈을 내려고 했었는데, D는 아는 분이라고 내 대신 외상까지 해주었다. 청소하시는 엠 어이에게도 아이들 아오자이 어디서 사는 게 좋은지 물어봤더니, 벤탄 시장은 너무 비싸서 베트남 사람들은 안 가요. 바찌유 시장(Cho Ba Chieu)이나 안동 시장(Cho An Dong)에 가보세요라고 했다. 벤탄 시장, 바찌유 시장, 안동 시장, 관광 기념품 숍, 길거리 좌판까지 둘러보고 나는 친구가 추천해준 곳에서 아오자이를 샀다. 역시 친구 말을 들어야 했다.



어떻게 먹나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사람들도 명절(Tet, 뗏)에는 갖가지 선물 세트를 들고 새해 인사를 다닌다. 어느 해 설에는 옛날 왕에게 바치던 귀한 음식이라며,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는 설명과 함께 반쯩(Banh Chung)을 선물 받았다. 살짝 뜯어보니 찰밥 같긴 한데 속에는 속에 돼지고기, 녹두 등이 들어 있었다. 그냥 먹기도 한다지만,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비주얼이었다. 또 베트남 친구 찬스를 써야겠다.


"D, 반쯩을 선물 받았는데 어떻게 먹어야 해?"

"그냥 먹어. 아님 프라이팬에 바싹하게 튀기듯이 구워서 설탕 찍어 먹으면 돼"

 

D가 시키는 대로 프라이팬에 바싹 튀겼더니 비주얼이 먹음직스럽게 바뀌었고, 겉에 있는 찰밥은 튀겨지니 바삭바삭해졌다. 처음에 모양이 이상하다며 피하던 아이들도 설탕을 찍어서 주니까 먹을만했는지 몇 개씩 집어 먹었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더니, 반쯩도 튀기니 제법 먹을 만 해졌고, 새해 한 끼를 든든하게 때울 수 있었다. 찰밥이라 포만감이 얼마나 오래가던지, 일 년 내내 배곯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출처 : https://cookingwithlane.com/
그냥도 먹고 튀겨도 먹는 반쯩(Vietnamese Sticky Ricce cake)






베트남에서 지내면서 크고 작은 일들로 베트남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특별한 날이면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같이 가고, 시골에서 과일이 오면 나눠주기도 했다.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선뜻 대답해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주었다. 아낌없이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지만 물건 값을 깎을 때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베트남 사람은 베트남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싸고 괜찮은 물건 파는 곳을 물어보거나, 대신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 친구들 덕분에 나의 베트남 생활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나도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이것저것 하긴 했지만,  타지 생활에서 받은 도움에는 비할 바가 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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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들의 그 소박한 웃음과 친절이 그립다.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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