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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디 옹그 Apr 07. 2021

<My Days 일상> 전시 서문

조심스럽게 전시를 개최하며

2020년 12월 21일 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아츠스테이 영등포점 열 곳에서 진행되었던 전시의 서문 제목은 "조심스럽게 전시를 개최하며"였다. 아래와 같이 기록한다.


안테나 아트디렉터로서 일한 첫번째 프로젝트였고 두번째 프로젝트를 문래점에서 진행한 후 안테나 업무는 마무리를 지은 상태이다. 영등포의 칸 호텔을 사회주택으로 리노베이션하는 공사 한가운데에서 10명의 예술가-김연임, 문해주, 박혜민, 신지수, 양아치, 이주경, 전미래, 제임스 채, 주지윤, 크리스 로와 아찔한 전시를 100% 사전예약제를 통해 근근히 진행한 맛이 지나고나니 추억으로 남겨진 만남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코로나에 예술도 함께 부동자세로 제일 먼저 미술관 문은 닫힌다. 더이상 찾아가서 예술 작품을 보는 형태가 아닌 주택 입주자를 대상으로, 외부 관객은 극 소수의 인원만 방문이 가능한 방역지침 아래 전시는 진행된다. 이렇게 전시는 역병과 함께 다른 모습으로 일상에 개입되고 변형되어 관객을 맞이한다. 전시가 끝날 때까지 공식 입주가 진행되지 못하여 굉장히 안타까웠지만 어떤 질문들과 과제를 안겨주었는지는 경험한 자들이 알고 있다. 무엇이든 해봐야지 알게 된다. 


예측은 말 그대로 짐작일 뿐 현실과 다르다.




조심스럽게 전시를 개최하며


- 홍희진 /Ant3na 아트디렉터     


“예술가들의 고민이 곧 미래를 예측하는 징후이다.”     


팬데믹으로 시작한 올 한해는 여전히 팬데믹 시대 한 가운데 있습니다. 격상하는 COVID-19로 인해 우리의 호흡기는 마스크로 지속적으로 덮이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소독을 합니다. 아츠스테이 영등포 개관을 준비하는 일정은 잔잔해질 기약 없이 거센 파도와 같은 이 거대한 팬데믹 가운데 매일의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상황을 거스를 수 없지만 느리게 무던 애를 쓰며 오픈을 향해 하나씩 진행해나가고 있습니다. 연말 아츠스테이 영등포 개관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었던 본 전시는 그 어느 때보다 예술가들의 마음과 준비하는 기획단의 마음이 모여 결실을 만들어가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아츠스테이 영등포 오픈 전 기획 입주를 하는 본 전시 참여예술가들과 안전하게 교류하는 묘책을 마련하여 여러분들 앞에 선보이겠습니다. 상황에 맞춰 전시 프로그램은 진행됩니다. 전시가 열리고 마무리 지어질 때까지 애정을 갖고 여러 번 방문하다 보면 전시가 약간씩 변하는 과정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안전제일’ 시대에 좀 더 치밀하게 만날 시간을 정해야 하는 전시 관람이지만 어려운 발걸음 주는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리며 조심스럽게 전시를 개최합니다.        


미래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부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의해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축적되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공상 과학 속 이상화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지난 세기간 유토피아를 꿈꿔온 과거인들의 것입니다. 일상 생활 속 나의 날들이 쌓이면 마치 책 한 페이지처럼 한 번에 하루씩 다가오는 것이 미래이고, 마하트마 간디의 말과 같이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 곧 미래입니다. 다만 폴 발레리의 말처럼 우리의 미래가 예전의 미래와 다르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문제이긴 하나, 우리에게는 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창작은 예술 프로젝트를 통한 기획자의 산물이 아니라 철저히 예술가로부터 나옵니다.      


코로나 이래 사회적 문제로서 예술가 무대가 급격히 사라진 것에 대해 사람 중심 디자인 사회적기업 안테나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동참하여 사회주택의 아주 내밀한 객실이라는 공간에서 예술을 보여주는 도전적인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주거 속으로 순수예술을 초대하여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공간에 대한 재해석, 기계로서 미디어, 미래에 반하여 노동과 시간으로 늙고 있는 몸의 연장으로서 의자, 극심한 불안과 강박, 물질과 빗물질들이 상호 부딪히는 지점들, 일상에서의 중력, 음악 작곡에 있어 표절의 문제 등과 같이 예술가들이 내비친 그들의 고민은 아주 구체적인 관점들입니다. 예술가들의 현재 고민이야말로 지역과 나의 관계를 연결 짓고 현재의 페이지를 미래로 만드는 창조의 힘입니다. 예술가들이 곧 미래를 예측하는 징후입니다. 또한 이는 미래 의식주와 함께 지역을 고민하는 코워킹 코리빙 아츠스테이에서 보여질 예술의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전미래 작가의 작품 <<열셋을 위한 은밀한 축제 (ver. Wall painting 20> 현장이미지(철거되어 더이상 볼 수 없어 이렇게 저장한다.), 16층 복층에 와인으로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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