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몇 개 남지 않았다. 잠 들기 전까지 피기에는 부족하다. 귀찮지만 마트에 가기로 한다. 1층 내려가 피울 담배를 하나 챙기며 마스크를 쓴다. 인도와 맞닿아 있는 주차장 계단에 서서 담배를 입에 문다. 가을이 갑자기 확 걷어내진 터라 차가울 줄 알았던 공기가 저무는 일요일의 아쉬움 탓인지 의외로 순하게 코로 들이 마셔진다.
인도 우측 끝 언덕 즈음에는 작은 ‘바’가 하나 있다. 퇴근하고 들러 음악이나 조용히 듣다가 술이 조금 오를 때쯤 자리를 뜰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지만 두어 번 가본 이후로는 거의 가지 않는다. 단골이 많은 집이라 늘 손님이 많고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조용하지 않다.
피던 담배를 구석에 툭 던져 넣고 마트로 향한다. 담배만 사기엔 그렇고 야식거리가 없을까 하며 마트를 한 바퀴 돌지만 손이 가는 것이 없다. 계산대로 향한다. 회색 후드 차림에 학생 특유의 동그란 안경을 쓴 앳돼 보이는 여학생이 계산을 하고 있다. 얼핏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중학생 정도 나이로 보인다. 계산대 위에는 소다 한봉지가 올려져 있다. 피식 웃음이 세어 나왔다. 내 차례에 점원에게 슬쩍 말을 건넨다. “소다를 사가네요?” “네” 하며 점원이 웃으며 말한다. “요즘 많이들 사갑니다.” “오징어 게임 때문에…” 라고 한마디 보탠다.
아마도 저 소녀 또래들은 방과 후 '달고나', '띠기'를 경험해 보진 못했을 것이다. 어릴적 추억 떠올릴 부모의 코치를 받아가며 만들어 보려나 아니면 유튜브 영상을 코치 삼으려나. 후드를 머리 끝까지 쓰고 계산하던 그녀의 표정은 어딘지 조금 부끄러운 듯 보였는데, 유행 따라한다고 누군가 흉이라도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해본 적 없는 애들 놀이 같은데 사실 이런 거 할 나이는 지났지만 그래도 너무 궁금하다'라는 속 마음 드러날까 싶어서였을까.
어떤가. 밤은 곧 얼굴을 가려 줄 것이고 집까지 가는 동안 알아챌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좋은 게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