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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Jul 31. 2023

청동 사람

미술관에선 말을 걸고 싶어진다

이렇게나 바싹 말라서 어쩌다

멋들어진 집을 지키고만 서 있나

물 위에 뜬 듯이 무얼 짊어지고

녹슬지 않는 청동 사람이 되었나


흙으로 빚은 뼈대는 걸을 수 없지만

쇳물을 부어 일으켜 세웠다

로비에 텅 빈 구둣발 소리가 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있는 거야

애처로움 같은 걸 마음속에 담아둬서

목뼈를 부러뜨리고 뛰쳐나가지 못해서


녹슬지 않은 눈을 마주 본다

예술가는 전등불 아래 꿈뻑인다

길게 빠진 목이 퍽 애처로워서

정수리에 앉은 먼지만 바라본다


나는 저 남자의 주름진 등이 마음에 들어

자글자글한 주름처럼 때가 낀 뇌보다는 나아


박제된 것과 스치는 것을 본다

금속으로 된 남자의 삶을 모르는 나를

지푸라기와 황금 눈동자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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