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선 말을 걸고 싶어진다
이렇게나 바싹 말라서 어쩌다
멋들어진 집을 지키고만 서 있나
물 위에 뜬 듯이 무얼 짊어지고
녹슬지 않는 청동 사람이 되었나
흙으로 빚은 뼈대는 걸을 수 없지만
쇳물을 부어 일으켜 세웠다
로비에 텅 빈 구둣발 소리가 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있는 거야
애처로움 같은 걸 마음속에 담아둬서
목뼈를 부러뜨리고 뛰쳐나가지 못해서
녹슬지 않은 눈을 마주 본다
예술가는 전등불 아래 꿈뻑인다
길게 빠진 목이 퍽 애처로워서
정수리에 앉은 먼지만 바라본다
나는 저 남자의 주름진 등이 마음에 들어
자글자글한 주름처럼 때가 낀 뇌보다는 나아
박제된 것과 스치는 것을 본다
금속으로 된 남자의 삶을 모르는 나를
지푸라기와 황금 눈동자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