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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Sep 17. 2022

애매함을 애매하게 사랑해

 김빠진 미지근한 콜라가 좋다. 빵 사이에 발린 얇은 크림이 좋고, 비타민워터의 입안에 뭉근하게 남는 단맛이 좋다. 애매한 것들을 사랑한다.


 뉴스에서 미리 알려주는 유성우나 월식 같은 천체 쇼가 좋다. 조용한 밤에 쌍안경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 그 거대한 움직임을 멀리서 가만히 바라보고, 계단을 걸어내려 올 때의 묘하게 붕 뜬 감각을 사랑한다.

 별들이 떼로 떨어져내리고 달빛이 사라져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해파리나 금붕어가 되는 상상을 한다. 잘 되는 것도 없고 잘못 되는 것도 없다. 기왕이면 미지근한 물에 떠 있고 싶다. 몸을 늘어뜨리고 모든 일들을 생각한다.


 아, 사실 별 거 아니었지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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