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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Oct 24. 2022

내가 있던 방

 지나 온 수많은 공간들은 언제나 애틋해 눈에 담아두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는 아침. 현관을 나서기 전 며칠 간 묵었던 방을 돌아보는 때면 마음이 차분하고 풍족해진다. 나는 전등이 꺼진 방의 유리창 너머로 드는 아침 볕과 떠다니는 약간의 먼지마저도 고스란히 눈에 새긴다. 그저 사랑했던 공기만 내려앉던, 그대로 타임캡슐처럼 문을 닫아 간직하고 있는 기억 속의 방들.


 내 마음속에는 그런 방들이 몇 개나 있어서 나는 언제고 그곳의 문과 창들을 가만히 열어젖힌다.

 공항 옆 동네에서 묵었던 비즈니스호텔의 부드러운 나이트가운. 이른 아침 텐트의 지퍼 문을 열고 나오면 코에 닿던 이슬 앉은 풀 냄새. 에어비앤비로 빌렸던 작은 집의 부엌 창틀에 걸터앉아 피우던 박하담배의 연기 같은 것들.


 때로는 어린 시절 살던 집 마당의 옥수수 대궁 사이에 선다. 텃밭의 딸기는 달고 새금해서 한번 맛 본 사람은 다음 해 또 찾아오곤 했다. 그 기억 속의 딸기 덩굴 사이를 손으로 훑어 열매를 하나 따다 먹으며 생각한다.

 다음에는 또 어디로 갈까, 어디서 살아가게 될까. 지나 온 모든 곳이 좋았던 만큼 또 즐거운 곳으로 가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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