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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Aug 10. 2020

들어오는 기획이 있어야 나가는 기획도 있다

기획 생산성을 높이는, 아웃풋을 위한 인풋하기

한껏 내리던 비가 좀 잦아든 저녁, 동네 마실 겸 나왔다가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책 냄새가 낯설게 훅 다가오는 걸 보니 정말 간만의 방문이다 싶었다. 작년 요맘 때쯤 공간을 줄이고 싶다는 핑계 하에 이북을 마련했었는데, 책 구매라는 오프라인 서점에 방문할 큰 이유가 사라지다보니 그 후로 자연스레 서점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줄어들었었나 보다.


서점 한 켠에 원고지 모양의 종이가 있었다. 책을 가까이할 겸 마음껏 필사해보라는 하나의 체험 코너였다. 이미 왔다 간 이들의 흔적들이 테이블 곳곳에 남아있었다. 나도 슬쩍 해볼까, 하며 종이를 들추는데 이런 글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친구가 적어 둔 귀여운 시였다.

(혹시라도 기존에 있는 시인가 하여 구글링을 엄청 했는데 없는 걸 보니 자작 시인가 보다. 혹시 추후에 이 친구의 저작권이 우려될 상황이 발생할까 하여.. 이름은 지우고 소속만 남긴 사진을 첨부해 두었다)


복숭아는 나를 닮았다.
꼭 나를 닮았다.
솜털도 엉덩이도 축구할 때 든 멍도



하긴, 요즘 한창 철이라 그런지 늘상 널린 게 복숭아이긴 했다. 마트를 가도, 길거리 과일 가게를 지나가다가도 꼭 복숭아 한 상자씩은 밖에 나와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 아이는 그것을 보며, 아니면 어머니가 깎아 주신 복숭아를 먹으면서 자기와 닮았다 생각했겠지. 아이의 순수함과 창의성에서 나온 시라는 감탄과 더불어, 이미 30대가 넘어버린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였다.

복숭아 하나만 해도 여덟 살 아이에게 이런 영감을 주는데, 기획자로 7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일상에서 기획을 얼마나 발견하고 있는가.





인풋 좀 주세요


하루에 최소 여덟 시간 이상 머무는 나의 일터, 그리고 서비스 기획자라는 나의 포지션.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리이다 보니 나의 주위, 일상, 가벼운 대화 속에서도 늘 기획의 소재를 얻으려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일에 다 기획의 레이더망을 켜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계된 업계에 한해서만큼은 그 감을 잃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초기의 마음과 달리 일에 치이고, 늘 보는 것이 '고게 고거'인 생활에 젖다 보면, 어느 순간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생각만 계속 맴돌아 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걸 재빠르게 캐치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으면 참 다행이지만 이번엔 꽤 그 시간이 길었다. 언젠가부터 일하는 방식이 비슷하고, 잠깐을 위해 인터넷이나 기사를 뒤적거리는 게 다이고, 그러다보니 머리에서 나오는 게 없어지는 느낌.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아니더라도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어떠함을 더해 풍부한 생각은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쥐어짜내도 재탕만 하는 느낌. 그게 '인풋이 없는 상태'였다는 걸 드디어 깨닫고 말았다.






아웃풋을 위한 인풋 습관 기르기


인풋이 고갈된 나에게 내가 내릴 수 있는 해결책은? 정답! 인풋을 넣어주면 된다.

좀 더 생산적이고 건강한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인풋 습관 세 가지를 다시금 만들어 지키기로 했다. 새롭게 습관을 만들고, 브런치를 통해 알리는 것까지 했으니, 그 효과는 성공한 뒤에 꼭 다시 기재해야지.




1. 매일 아침 30분, 트렌드 확인 습관

주식과 같이 돈이 오가는 트렌드에는 민감하면서, 왜 업계 정보에는 민감했던 걸까? 어느 순간 일이 바쁘단 핑계로 놓치고 있던 습관을 다시 붙잡아 본다. 매일 아침 업무 시작 전 30분을 트렌드를 익히는 데에 사용하기로 했다. 평소에 자주 보던 업계 트렌드 파악 사이트(https://brunch.co.kr/@sasap12/4) 는 물론이고, 퍼블리라는 컨텐츠를 신규로 구독했다. 매일 출퇴근 길 혹은 업무 시작 전 읽기 습관으로 만들 생각이다.




2. 월 2회, 책읽기

업계의 트렌드를 익히고, 지식을 쌓는 데에는 틈나는 대로 볼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의 페이지들로도 충분하지만 나는 은근히 옛날(?) 사람이라 책으로 지식 쌓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한 권의 주제로 잘 정리된 몇백 페이지의 책을 읽고 나면 정보도 정리되어 쌓이는 느낌이랄까. 뭐 그렇기 때문에 꼭 서적 읽기를 추가하려 한다. 단순 기획부터 마케팅, 트렌드, 보고서 쓰기 등등의 업계 책은 물론이거니와 베스트셀러 책도 주제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읽기가 목표.  지식이라는 건 여러 가지로 들어오고 접한 정보들이 융합해서 또다른 정보를 생성해내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오늘 책 두 권을 사왔다 :)



3. 월 2회, 콘텐츠로 정리하기

내가 이 정보를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리 후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면 된다. 나만의 포맷, 나만의 언어로 다듬어가면서 이 정보가 그저 그냥 아는 수준이 아니라 내 지식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 2회 (최대 월 4회 이상) 콘텐츠를 정리하여 하나의 산출물을 만들고자 한다. 바로 이곳에. 지식을 쌓아 내 것으로 만드는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기획 말고, 정말 문제의식에 대한 명확한 정답을 위해 달려가는 기획을 하고 싶다.

눈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같은 걸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아는 지식을 잘 명확하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실천해서, 나에게도 일상의 모든 것이 기획의 소재가 되는 순간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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