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산성을 높이는, 아웃풋을 위한 인풋하기
한껏 내리던 비가 좀 잦아든 저녁, 동네 마실 겸 나왔다가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책 냄새가 낯설게 훅 다가오는 걸 보니 정말 간만의 방문이다 싶었다. 작년 요맘 때쯤 공간을 줄이고 싶다는 핑계 하에 이북을 마련했었는데, 책 구매라는 오프라인 서점에 방문할 큰 이유가 사라지다보니 그 후로 자연스레 서점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줄어들었었나 보다.
서점 한 켠에 원고지 모양의 종이가 있었다. 책을 가까이할 겸 마음껏 필사해보라는 하나의 체험 코너였다. 이미 왔다 간 이들의 흔적들이 테이블 곳곳에 남아있었다. 나도 슬쩍 해볼까, 하며 종이를 들추는데 이런 글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친구가 적어 둔 귀여운 시였다.
(혹시라도 기존에 있는 시인가 하여 구글링을 엄청 했는데 없는 걸 보니 자작 시인가 보다. 혹시 추후에 이 친구의 저작권이 우려될 상황이 발생할까 하여.. 이름은 지우고 소속만 남긴 사진을 첨부해 두었다)
복숭아는 나를 닮았다.
꼭 나를 닮았다.
솜털도 엉덩이도 축구할 때 든 멍도
하긴, 요즘 한창 철이라 그런지 늘상 널린 게 복숭아이긴 했다. 마트를 가도, 길거리 과일 가게를 지나가다가도 꼭 복숭아 한 상자씩은 밖에 나와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 아이는 그것을 보며, 아니면 어머니가 깎아 주신 복숭아를 먹으면서 자기와 닮았다 생각했겠지. 아이의 순수함과 창의성에서 나온 시라는 감탄과 더불어, 이미 30대가 넘어버린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였다.
복숭아 하나만 해도 여덟 살 아이에게 이런 영감을 주는데, 기획자로 7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일상에서 기획을 얼마나 발견하고 있는가.
하루에 최소 여덟 시간 이상 머무는 나의 일터, 그리고 서비스 기획자라는 나의 포지션.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리이다 보니 나의 주위, 일상, 가벼운 대화 속에서도 늘 기획의 소재를 얻으려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일에 다 기획의 레이더망을 켜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계된 업계에 한해서만큼은 그 감을 잃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초기의 마음과 달리 일에 치이고, 늘 보는 것이 '고게 고거'인 생활에 젖다 보면, 어느 순간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생각만 계속 맴돌아 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걸 재빠르게 캐치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으면 참 다행이지만 이번엔 꽤 그 시간이 길었다. 언젠가부터 일하는 방식이 비슷하고, 잠깐을 위해 인터넷이나 기사를 뒤적거리는 게 다이고, 그러다보니 머리에서 나오는 게 없어지는 느낌.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아니더라도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어떠함을 더해 풍부한 생각은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쥐어짜내도 재탕만 하는 느낌. 그게 '인풋이 없는 상태'였다는 걸 드디어 깨닫고 말았다.
인풋이 고갈된 나에게 내가 내릴 수 있는 해결책은? 정답! 인풋을 넣어주면 된다.
좀 더 생산적이고 건강한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인풋 습관 세 가지를 다시금 만들어 지키기로 했다. 새롭게 습관을 만들고, 브런치를 통해 알리는 것까지 했으니, 그 효과는 성공한 뒤에 꼭 다시 기재해야지.
1. 매일 아침 30분, 트렌드 확인 습관
주식과 같이 돈이 오가는 트렌드에는 민감하면서, 왜 업계 정보에는 민감했던 걸까? 어느 순간 일이 바쁘단 핑계로 놓치고 있던 습관을 다시 붙잡아 본다. 매일 아침 업무 시작 전 30분을 트렌드를 익히는 데에 사용하기로 했다. 평소에 자주 보던 업계 트렌드 파악 사이트(https://brunch.co.kr/@sasap12/4) 는 물론이고, 퍼블리라는 컨텐츠를 신규로 구독했다. 매일 출퇴근 길 혹은 업무 시작 전 읽기 습관으로 만들 생각이다.
2. 월 2회, 책읽기
업계의 트렌드를 익히고, 지식을 쌓는 데에는 틈나는 대로 볼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의 페이지들로도 충분하지만 나는 은근히 옛날(?) 사람이라 책으로 지식 쌓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한 권의 주제로 잘 정리된 몇백 페이지의 책을 읽고 나면 정보도 정리되어 쌓이는 느낌이랄까. 뭐 그렇기 때문에 꼭 서적 읽기를 추가하려 한다. 단순 기획부터 마케팅, 트렌드, 보고서 쓰기 등등의 업계 책은 물론이거니와 베스트셀러 책도 주제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읽기가 목표. 지식이라는 건 여러 가지로 들어오고 접한 정보들이 융합해서 또다른 정보를 생성해내기 마련이니까.
3. 월 2회, 콘텐츠로 정리하기
내가 이 정보를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리 후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면 된다. 나만의 포맷, 나만의 언어로 다듬어가면서 이 정보가 그저 그냥 아는 수준이 아니라 내 지식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 2회 (최대 월 4회 이상) 콘텐츠를 정리하여 하나의 산출물을 만들고자 한다. 바로 이곳에. 지식을 쌓아 내 것으로 만드는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기획 말고, 정말 문제의식에 대한 명확한 정답을 위해 달려가는 기획을 하고 싶다.
눈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같은 걸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아는 지식을 잘 명확하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실천해서, 나에게도 일상의 모든 것이 기획의 소재가 되는 순간이 많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