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의 인터뷰를 보고
작년에 나 스스로 가장 잘한 게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인스타 접속을 (거의) 끊은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처음에야 금단현상처럼 자꾸 들어가 보고 싶고, 궁금하고 했었지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곧 일상이 됐다.
가장 좋은 점은 생각의 분산이 줄어든 것. 평소에도 생각 자체가 많아서 머릿속이 어지러운 편인데, 인스타는 끊임없는 자극제가 됐던 것 같다. 새로운 물건과 소비의 자극, 트렌드의 자극, 인간관계로의 자극, 비교로의 자극 등등. 끊고 나니 괜한 생각의 꼬리들이 물고 뻗어가는 것을 많이 막아주었다. 나만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보람도 느꼈고.
주위에 널부러진 복잡함을 최소화하니 일상의 루틴과 중심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일상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것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
책읽기와 산책, 정말 좋아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간헐적 만남.
내향인으로서의 최고의 삶이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일상에 익숙해져 갈 때쯤,
며칠 전 읽은 허준이 교수의 동아일보 인터뷰 글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혹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저는 자극적인 것에 약한 사람이에요. 잘 중독되죠.
그래서 일상을 깨뜨릴 수 있는 자극은 거의 피합니다.”
필즈상 허준이 교수 “자극 없애려 몇달째 똑같은 식사… 15분 모래시계 놓고 집중”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30608/119682722/1
필즈상 수상 이후 깨진 일상의 루틴을 회복하기 위해 택한 방법들은 이랬다.
- 연구실에 요가매트와 모래시계를 두고, 집중력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기
- 자극적인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먹는 음식에 제약을 두기
그에게 연구실에 놓인 요가매트와 모래시계의 쓰임새를 물었다. 요가매트는 종종 누워서 생각할 때 쓴다는 답이 돌아왔다. 떠오른 생각을 직접 손으로 노트에 써 내려가며 정리한다. 모래시계가 잴 수 있는 시간은 15분이다. 허 교수가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는 “집중력이 약한 제가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이 모래시계로 잴 수 있는 15분”이라며 “깊은 생각이 필요할 때는 모래시계를 한 번 뒤집어서 집중했다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뒤집는 과정을 반복하며 연구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노래도 너무 빠져들까 봐 연구할 때는 아예 듣지 않는다. 심지어 읽고 싶은 논문이 있어도 꾹 참을 때가 있다. 그는 “수학 연구는 능동적으로 생각하며 하는 것”이라면서 “논문을 많이 읽으면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 “기존 연구 혹은 유행하는 연구를 조합해서 연구 성과를 내려는 얄팍한 마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그의 지향점을 이해하니 납득이 갔다.
'여전히 수학이 재밌고, 그래서 연구에 방해받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일'
그는 그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많은 생각이 느껴지게 하는 기사였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지금 이 시점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뭘까?
일과 삶, 심플한 인간관계,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금 되새겨 보며 하반기 계획을 슬슬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