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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Sep 29. 2023

오래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상자 밖으로 나와, 상대를 인격적으로 바라보는 자세에서 시작한다

올 9월은 한창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서 정신없던 한 달이었다. 멀티가 잘 안 되는 나의 경우 이런 기간엔 업에 집중하다 보니 브런치건, 콘텐츠건, 다른 생각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지곤 하는데 이 와중에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대화들과 콘텐츠가 있었다. 





"오래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죠"



회사의 기술 리더(20년 차가 넘은 왕왕 시니어 개발자이신..) 두 분과, 우리 팀 PM동료분과 티타임을 할 기회가 있었다. 회사에 합류하신 지 이제 두세 달 정도 되셨지만 역시 업의 짬엔 기간 따위 뭐가 중요할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밀도 있는 대화 속에서 머리를 뻥 때리는 이야기가 있었다.


가끔은 세거나/욱하는 st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분들을 보게 될 때,

주니어나 갓 시니어에 접어드는 개발자분들에게 면담 때마다 하신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젊은 시절 치기 어린 욱함은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연차가 쌓일수록 오히려 둥글고 유연해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 이틀 일하고 말 거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죠.


PM의 모든 일들은 다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가끔 강한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날 선 커뮤니케이션으로 상처받고 나면, 나도 똑같이 강하게 대해야 하는 건가? 싶은 현타가 올 때가 종종 있었다. (당연 좋은 분들이 더 많다!) 그래야만 이기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나보다 한참 경력이 놓으신 직장 선배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래 이런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라는 확신을 받게 됐다. 거친 반응에도 초연히 대할 수 있는 여유와 너그러움. 그리고 그게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다. 진짜 승자는 오래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동료로 협업하게 되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되새기며.





"상자 밖을 나와,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며 일하기"


좋은 책은 내 안에 있는 고정관념, 상식을 깨고 새로운 관점과 또 다른 시각을 던져 주는 '도끼'같은 것이라 했던가. 2023년 나의 도끼가 되어 준 책을 꼽으라면 나는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을 꼽을 테다. 


여러 추천 목록에 뒤엉커져 제목만 들어본 적이 있는 책이었는데, 우연히 회사 책장에 꽂힌 걸 보고 슬그머니 빌려왔다. 제목부터가 좀 특이하다. 그리고 너무 뻔한 자기 계발서 아닌가? 싶은 편견도 다 깨부쉈다.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이러하다.




1. 두 리더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책에서는 다른 타입의 두 리더를 예시로 들어 설명한다. 아무리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테크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들 '행동과 기술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것', 그 근간은 '내가 상자 안에 있는가 상자 밖에 있는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외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든지 간에, 사람들은 우리 마음에서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따라 주로 반응합니다. 우리가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게 되는지는 우리가 상자 안에 있는지 혹은 상자 밖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p.66)




2. 상자란 무엇인가 - 상자 밖에서 VS 상자 안에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상자'란 내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저항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을 말한다.

상자 밖과 안을 구분하는 가장 큰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은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보다는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존재방식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반응하기 때문이다.


밖 : 다른 사람을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봄

안 : 다른 사람을 그저 '대상'으로 바라봄


행동보다 더 심층적인 어떤 것이 다른 이들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가 상자 안에 있는지, 상자 밖에 있는지에 따라 영향력이 좌우됩니다. 아직 상자가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반드시 상자에 대해 아셔야만 합니다. 우리가 상자 안에 있을 때 우리의 현실 감각은 왜곡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자신도, 다른 사람도, 상황마저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p.91)




3. 상자 안에 들어가는 원인 : 자기 배반


우리는 모두 인간입니다. 우리가 상자 밖에 있을 때 다른 이들을 인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른 이들에 대하여 매우 기본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자신처럼, 그들은 소망, 필요, 관심, 그리고 두려움을 갖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이러한 지각과 감각의 결과로써 다른 이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거나, 참아야 한다거나,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거나,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거나, 그들을 위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p.117)



책에서는 우리가 상자 안에 들어가는 원인을 '자기 배반'이라고 정의한다. 자기 배반이란,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책에서 나온 굉장히 쉬운 예시는 이런 거다. 


비행기 안에서 부부의 좌석이 떨어져 배정된 것을 보고, 기꺼이 그 부부를 위해 붙어 있는 두 자리를 양보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해보자. 사실 귀찮고 번거로워서 모른척하거나 안 해줄 수 있는 상황일 텐데, 

① 기꺼이 해줄 수 있다면 이유는 '저 사람들도 불편할 거야, 같이 앉고 싶어 할 거야'라는 나와 동일한 욕구를 가진 사람으로 대했기 때문일 거다. 

② 반대로 그럴 수 없다면 이유는 자리를 옮겨 비켜주어야 하는 귀찮고 성가신 '대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일 거다. 그러고선 모른 척 가만히 있으면서 생각하겠지.. "아 저 사람들은 왜 미리 좌석 예약을 안 해서 귀찮게 하나, 민폐네.."


여기에서 자기 배반은 후자에 해당한다. 즉 이는 내가 상자 밖에서 나와 다른 이들을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보고 행동하게 하는 걸 방해한다. 자기 배반이 도대체 왜 큰 문제가 되냐 하면, '자기기만'의 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상자 안에 있을 때, 우리는 나의 행위에 대해 내가 정당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상자 안에 존재함으로써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길 은연중에 바라게 된다. 그들을 비난할 수 있고 나 자신이 자기 정당화의 느낌을 갖게 되기 위해서.

피곤한 아내를 위해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 자기 배반에 빠져 나를 바라보게 되면 아내는 게으르고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바라보며 나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4. 상자 밖으로 나오려면


상자 밖에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자 밖에 있음을 뜻한다.

상자 : 내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저항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 '저항하는'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자기 배반은 외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님

자기 배반 :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간애로 인해 내가 다른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도록 마음의 내면에서 요청받는 것에 대해, 내가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

상자 밖으로 나오기 :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한 저항을 그만둘 때 상자 밖에 있는 것이다. 자기 합리화를 위한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 우리는 그들에 대해 자기배반하는 것과 그들에 대한 저항을 멈출 수 있음


구구절절 길게 썼지만 사실 책 자체의 주제는 심플했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세요. 상대방을을 배려하세요"라는 말을 듣는 것과, 내가 어떤 상황이고 왜 이렇게 반응하는가?를 이야기를 통해 설명해 줘서 더 크게 공감이 갔던 것 같다.)

내가 상자 밖에 있을 때 = 다른 사람을 인간 그 자체로, 즉 나와 같은 정당한 욕구와 바람을 가진 존재로 바라볼 때이다.

상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자기 배반'이라는 기제에서 빨리 빠져나오자. 

존재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는,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상자 밖으로 나가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한다.




5. 어떻게 응용해 볼 수 있을까

친구 관계보다는, 가족 안에서 그리고 동료 대 동료로서 관계 맺을 때의 나의 모습에 여러 생각이 들게 됐다.

상대방을 '도구'로 보는가, '사람'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내가 그들에게 반응하는 태도와 감정이 달라질 수 있고 그걸 상대방도 알아차리게 된다는 점. 결국 진정성과 존중의 태도가 깔려있어야 하는 점..


나의 액션 아이템 : 동료의 어떤 태도나 요청에 대한 나의 반응 돌아보기

내가 나를 보듯 동료를 동등하게 바라보자. 순간적으로 귀찮음과 불편함이 앞서더라도..! 그 자기 배반에 압도되지 말 것

내 관점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판단하지 말기. '저 사람도 이유가 있겠지? 상황이 그랬겠지?'


우리가 상대방을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그 순간, 그들을 인간으로서 그 가치를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한 인격체를 가진 존재로 보는 순간, 그들은 나만큼 실제적이며 정당한 필요사항과 소망, 걱정을 가진 한 사람으로 보게 되고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나는 상자 밖에 존재하게 됩니다. (p.240)


다시 말해 상자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나와 같지 않은 사람, 종교, 문화 등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단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것과 가능성에 동기를 부여하며 훨씬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책임’이 만족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만족감이 커질수록 당신은 다른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과 당신의 그릇이 커질 것입니다.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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